목격자 “쾅쾅쾅 소리 나 영상 찍어” 일각 “자작극-北 공작” 음모론 퍼뜨려 “보상금 타려 공항에 진 치고 있어” 희생자-유족 모욕 글도… 경찰 수사
179명이 숨진 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둘러싼 음모론과 허위 정보가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 일부 유튜버와 누리꾼들은 아무런 근거 없이 “특정 정치 세력의 자작극”, “북한의 대남 공작” 등의 소문을 유포했다. 사망자 유가족에 대한 모욕성 글까지 올라오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짜 정보들은 국가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 사고 둘러싼 음모론 확산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29일 이후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는 관련 허위 정보가 퍼지고 있다. 일부 유튜버들은 ‘이번 사고는 정치 세력의 자작극’이라며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언론에 인용된 사고 순간 영상을 촬영한 시민에 대해서는 “미리 사고가 날 것을 알고 사전에 섭외했다”는 식의 의혹이 퍼지고 있다. 이 유튜버들은 긴박한 사고 상황에서도 영상이 매우 차분하게 촬영됐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소문을 퍼뜨렸다.
이 씨가 찍은 영상을 언론이 인용 보도한 뒤 그는 “사전에 모의한 것 아니냐”는 등 협박 전화에 시달렸다. 이 씨는 “이런 허위 정보들은 사고 피해 회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당국이 엄중히 대처해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여성에 대한 혐오를 담은 허위 정보도 퍼졌다. 한 커뮤니티에는 ‘사고 여객기의 기장이 여자였다’, ‘여자 기장이 새 떼를 보고 패닉에 빠졌다’, ‘기장이 여자라 랜딩 기어(바퀴) 안 나온 걸 몰랐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졌다. 제주항공은 사고 여객기의 기장, 부기장이 모두 남성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유족 모욕 글도… 경찰, 수사 착수
전문가들은 재난 상황에서 이러한 악의성 허위 정보, 음모론은 국가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허위 정보일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목적을 위해 ‘뉴스’라는 형식을 빌려서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확산하는 것이 문제”라며 “악성 허위 정보는 유포가 빨라 피해자 및 유족은 물론이고 대국민적으로 패닉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극적으로 조작된 정보는 수용자의 뇌리에 깊게 남아 집단적 트라우마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음모론 및 허위 정보로 인한 후폭풍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