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경찰, 공항서 FBI요원에 넘겨 美재판땐 100년형 이상 가능성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왼쪽)가 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의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경찰관들에게 이끌려 나오고 있다. 포드고리차=AP 뉴시스
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 정부가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4)를 31일 미국으로 송환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경찰청은 이날 인터폴 국가중앙사무국(NCB) 지휘하에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 국경 검문소에서 권 씨를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인도했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경찰청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권 씨는 미국에서 증권 매매 등과 관련된 사기 공모와 상품 판매 계약과 관련된 사기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향후 형사 재판을 받게 될 예정이다.
권 씨는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기소 수배됐고, 도피 행각을 벌이다가 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됐다. 그간 한국과 미국은 권 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여 왔고, 권 씨는 금융 범죄에 대한 형량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관대한 한국행을 희망해 왔다.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24일 권 씨 측이 제기한 인도 결정 권한 관련 헌법 소원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또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28일 권 씨의 인도 국가를 미국으로 최종 결정했다.
권 씨가 일으킨 투자 피해는 세계적으로 5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또 권 씨가 미국으로 송환됨에 따라 국내에 약 20만 명으로 추정되는 투자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가 불가능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 법무부는 31일 미국 측과 협력해 권 씨가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고, 범행으로 인해 얻은 범죄수익도 환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