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동결’ vs 조선 ‘인하’ 팽팽…中 저가물량에 국내산 철강 협상력 약화 반덤핑 관세 부과 시 철강 주도권 되찾을 수도…“협상에 추가 시간 필요”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 2고로(자료사진) 2023.1.1/뉴스1 ⓒ News1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해를 넘기며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다. 후판 가격의 지표가 되는 철광석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해 온 데다 중국산 저가 후판에 대한 정부의 반덤핑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004020) 및 HD한국조선해양(009540)·한화오션(042660)·삼성중공업(010140) 등 국내 주요 철강·조선사들은 지난해 7월부터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해 오고 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으로 선박 제조에 주로 쓰이는 철강 제품이다. 양 업계는 매년 상·하반기 두 번 협상을 통해 후판 공급 가격을 결정한다.
이번 협상에서도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가 수세에 몰려 있다.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 동결을 주장하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추가적인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철강업계의 협상력이 줄어든 배경에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있다. 중국산 후판 수입 가격이 톤당 70만 원대로 국내산 대비 최대 20만 원가량 낮아 국내 철강업계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지난해 1~10월 기준 115만 7800톤으로 전년(2023년) 전체 수입량 112만 2774톤을 이미 넘어섰다. 반면 국내 생산 중후판(중판+후판)의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1~10월 489만 9000톤으로 전년 동기 531만 5000톤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발(發) 과잉 공급으로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하락한 점도 협상력을 약화시켰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8월 100달러 선이 무너졌고 현재도 지난달 27일 기준 101.38달러에 머무르고 있다.
반덤핑 조사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국내 철강업계는 협상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조선업계는 보편적 통관 방식인 수입신고 방식으로 원자재를 조달하는 업체들을 위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반덤핑 제소도 기다려야 하고 아직까진 조선·철강 양측이 가격 측면에서 서로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으로 안다”며 “협상에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