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체포·구속 순간들… 檢, 전두환 ‘소변용 깡통’까지 준비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12월 31일발부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부터 체포영장 발부까지, 모두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전례가 있다. 과거 대통령들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순간을 되짚어봤다.
1995년 12월 3일 새벽, 경남 합천 고향 마을에서 사전구속영장이 집행돼 검찰 수사관에게 연행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 동아일보 DB
● 全 “내가 누군데 깡통에 오줌을…”
그 해 11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역사 바로 세우기’를 앞세워 5·18 특별법 제정을 주도했고, 12·12 쿠데타에 대한 단죄에 나섰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던 검찰은 특별법에 따라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전 전 대통령의 사저인 서울 연희동으로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특수본이 보낸 소환장이 도착했다.
검찰 조사에 반발하던 전 전 대통령은 2일 오전 9시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측근들과 연희동 자택 앞에서 이른바 ‘골목성명’을 발표한 뒤 고향 합천으로 내려갔다. 고향의 선영에 성묘를 간다는 게 이유였다. 검찰의 추적 또한 만만치 않았다. 2일 밤 전격적으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 받은 검찰은 영장집행을 위해 서울지검 1차장과 수사관들을 합천으로 급파했다. 실탄을 갖고 있는 전 전 대통령 경호원들은 경찰이 무장해제를 시키기로 했다.
전 전 대통령은 고향 마을 5촌 조카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집 앞을 막아선 지지자들은 욕설과 함께 수사관들의 진입을 막았다. 경찰이 확성기를 통해 “정당한 법집행을 방해하는 것은 범법행위”라며 협조를 당부했고, 수사관들은 가까스로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영장실질 거부한 李, 눈물 흘린 朴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최근 사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등 10여 가지 혐의로 2018년 3월 23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거부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서류 검토만으로 구속 결정을 내렸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대기하던 이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동부구치소로 이송수감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기 1년쯤 전인 2017년 3월 31일 구속됐다. 박 전 대통령은 같은 달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고,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전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8시간 40분에 걸친 심문 과정에서는 “어떻게 하면 아버지가 목숨 바쳐 지켜 오신 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라며 결백을 호소했다. 하지만 다음 날 새벽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독방에 들어가기 직전 한참 동안 선채로 눈물을 쏟았고, 교도관들이 박 전 대통령을 설득해 방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고 한다.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동아일보 DB
● 수갑 찬 朴, 안 찬 李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 날짜도 5월 23일로 똑같았다. 그러나 1년 전 박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채 같은 법원, 같은 법정에 들어섰던 모습과는 달랐다.
수갑을 박 전 대통령은 차고 이 전 대통령은 안 찬 까닭은 무엇일까. 교정당국은 차별 대우가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 직전인 2018년 4월 개정된 수용 관리 및 계호 업무 등에 관한 지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여성 등은 구치소장의 허가 하에 법정 출석 시 수갑이나 포승을 하지 않을 수 있고, 당시 77세 였던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장의 허가 하에 수갑과 포승줄을 하지 않고 출석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71호에 실렸습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