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참사 현장 찾은 유족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나흘째인 1일 오전 희생자 유족들이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을 찾아 헌화를 하고 있다. 2025.01.01. [무안=뉴시스]
새해 첫날인 1일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앞에 선 남성은 목이 메이는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여객기와 새카맣게 타버린 잿더미 앞에는 떡국과 과일 등 새해 음식을 차린 상이 놓였다. 하늘에서 영영 내리지 못하고 볼 수 없게 된 가족, 지인들을 위한 새해 차례상이었다. 절을 하던 한 여성은 갑자기 슬픔이 북받쳤는지 고개를 떨군 채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 사망자들 위한 차례상
이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은 사고 나흘 만에 처음으로 현장을 찾았다. 사고 현장이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인 탓에 한동안 출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을 맞아 당국과 유가족 대표단이 협의해 사고현장 첫 방문이 이뤄졌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나흘째인 1일 오전 희생자 유족들이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을 찾아 큰절을 하고 있다. 2025.01.01. [무안=뉴시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79명 사망자 전원의 신원을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다. 훼손 정도가 심해 마지막까지 남았던 4∼5명의 희생자는 DNA 재검사 등을 거쳐 신원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6시 반 희생자 179명의 신원을 유족이 확인하는 절차가 마무리됐다. 희생자 중 21명의 시신은 가족에게 인도됐다.
● 새해 첫날 전국 추모 계속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나흘째인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2025.01.01. 사진공동취재단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나흘째인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터미널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25.01.01.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31일 오후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현장 인근인 무안국제공항 철조망에 추모쪽지가 붙어 있다.2024.12.31뉴스1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에 맞춰 새해맞이도 조용히 치러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국가애도기간임을 고려해 해넘이·해맞이 축제를 대부분 취소하거나 축소해 관광객들은 예년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한해 무탈을 빌었다. 울산 울주군 간절곶은 매년 15만 명이 넘게 찾는 일출 명소지만 올해는 3만여 명만 방문했다. 다른 명소들도 마찬가지였다. 군산시 비응항을 찾은 김모 씨(40)는 “매년 일출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오는데, 작년에 유독 힘든 일이 많았던 것 같다”며 “신년에는 큰 사고 없이 무탈하기만을 빌었다”고 했다.
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