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참사 나흘만에 현장 추모식 처참한 기체 향해 절 하다 쓰러져 “그립다” “아빠가 미안하다” 통곡… 사망자 179명 전원 신원 확인 “무안까진 못가더라도 아픔 나눠야”… 새해 첫날 전국분향소 추모 줄이어
“새해 첫날 딸에게 절을 할 줄은 몰랐다….”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앞에 선 남성은 목이 메는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새해의 희망을 함께 나눠야 할 자녀가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세상을 떠났다는 슬픔에 계속 눈물을 흘렸다. 여객기와 새카맣게 타버린 잿더미 앞에는 떡국과 과일 등 새해 음식을 차린 상이 놓였다. 하늘에서 영영 내리지 못하고 볼 수 없게 된 가족, 지인들을 위한 새해 차례상이다. 절을 하던 한 여성은 슬픔이 북받쳤는지 고개를 떨군 채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 참사 현장에 차례상… 179명 시신 확인
억장 무너지는 가족들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는 여객기 참사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열렸다. 노란 폴리스라인과 사고 항공기 잔해들 너머로 유가족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79명 사망자 전원의 신원을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다. 훼손 정도가 심해 마지막까지 남았던 4∼5명의 희생자는 DNA 재검사 등을 거쳐 신원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6시 반 희생자 179명의 신원을 유족이 확인하는 절차도 마무리됐다. 희생자 중 21명의 시신은 가족에게 인도됐다.
● 새해 첫날 전국 추모 계속
“여보,너무 보고 싶어요” 공항 내 추모공간 계단 손잡이에는 ‘여보 너무 많이 보고 싶어요’, ‘사랑해 오빠’ 등 유족들이 남긴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뉴스1
이번 참사로 6명의 희생자가 나온 전북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오전 8시부터 아이, 친구, 부모님의 손을 잡은 도민들이 찾아와 국화꽃을 놓으며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위로했다. 이가영 씨(38)는 분향을 마치고 나오면서 “즐겁기 위해 가신 여행에서 이렇게 힘든 일을 겪게 돼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수원시청 합동분향소에는 1일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 200명이 넘는 시민이 방문해 헌화하고 묵념하며 고인들을 애도했다. 주부 이모 씨(35)는 “비행기 사고가 난 무안까지 못 가더라도 아픔을 조금이라도 함께하고 싶어 서둘러 왔다”고 했다.
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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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