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수석 이상 집단 사의에 與 투톱 권영세도 “국정 안정 최우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5년 을사년(乙巳年) 첫 날인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현안 관련 비공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1.1. 뉴스1
권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헌법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국무회의 심의권을 보장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제도 안보도 힘든 상황에서 국정 안정에 최우선을 둘 것”이라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의 결정은 아쉽지만 지나간 일”이라며 “여당으로서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을 포함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은 이날 최 권한대행에게 집단 사의를 밝혔다. 이는 전날 최 권한대행이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의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한 항의 차원으로 사실상 최 권한대행에 대한 보좌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 참모진의 사의 표명을 어떻게 봤느냐’라는 질문에 “첫 번째가 국정 안정이다. 각자 국정 안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결정하고 행동해 달라”고 했다. 최 권한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관 임명 반발했던 與, 하루만에 “국정 안정”… 崔대행에 힘실어
[헌재 8인 체제로]
대통령실 참모진 崔에 항의 집단 사의… 與지도부 “정치공세 휘둘려선 안돼”
崔, 내각 반발에도 대행 유지 뜻 밝혀… 野 ‘9인체제 무산’ 비판속 “안정” 강조
대통령실 참모진 崔에 항의 집단 사의… 與지도부 “정치공세 휘둘려선 안돼”
崔, 내각 반발에도 대행 유지 뜻 밝혀… 野 ‘9인체제 무산’ 비판속 “안정” 강조
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경기 김포시 해병대 2사단에서 K6 중기관총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정진석 비서실장을 포함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은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의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한 항의 차원으로 집단 사의를 밝혔다. 김포=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용산 집단 사의에 선 그은 與 “국정 안정에 최선”
정진석 비서실장을 포함한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이 이날 거듭 사의를 밝힌 건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전격 임명한 최 권한대행의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최 권한대행의 결정으로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에 중요한 걸림돌이 사라진 가운데 권한대행 보좌 기능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전한 것. 최 권한대행은 “민생과 국정 안정에 모두 힘을 모아 매진해야 한다”며 “사표 수리 계획은 없다”고 기재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정 비서실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표 수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여권 일각에서도 대통령실의 반발에 “어느 때보다 최 권한대행을 잘 보좌해야 할 시점에 무책임하게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 권한대행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헌재 재판관 임명을 사실상 수용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전날 “헌법상 소추와 재판의 분리라는 대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반발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관 임명 추가 대응 계획에 대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최 권한대행의 불합리한 헌법 절차 운영에도 불구하고 저희 국민의힘은 국정과 헌법의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최 권한대행은 더 이상 정치적 공세 등에 휘둘리지 않고 헌법과 국정을 안정시키기 바란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의 결정은 아쉽지만 당정 협의와 여야정 협의체 가동 등을 해 나가면 국가 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여당은 대통령실과 내각 일부의 사의 표명에도 선을 그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취임하면서 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첫째가 국정 안정”이라며 “대통령실, 총리실, 내각 모두 국정 안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결정하고 행동해 나가 줬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도 개헌 문제를 비롯해 향후 개혁 과제 등을 논의하자는 의견이 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 野 “국정 안정에 협력하는 모습 보여줘야”
민주당 역시 표면적으론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만 ‘절충 임명’한 최 권한대행의 결정을 비판하면서도 탄핵에는 속도 조절에 나서며 국정 안정에 방점을 찍겠다는 기류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헌법재판소 9인 체제는) 국가 시스템의 완결성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가야 되는 길”이라면서도 “아직까지도 1명이 안 됐다는 것은 불완전성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지만, 탄핵심판은 그 절차대로 갈 수 있는 토대는 형성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전날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도 후속 대응을 당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한 만큼 실제 최 권한대행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중진 의원은 “최 권한대행이 여당의 압박과 국무위원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정 안정을 위해 재판관 두 명을 임명한 것”이라며 “이제 민주당도 정부와 함께 국정 안정에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