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려울수록 공직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정의 중심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달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 시무식에 모인 장·차관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공직자는 국민에 봉사하는 사람들”이라며 “모든 공직자들이 한 마음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해 주실 것을 굳게 믿는다”고 했다. 이날 시무식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무총리가 아닌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주재했다.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년 정부시무식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사진기자단 .
최 권한대행은 이날 시무식에서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굳건한 안보태세 확립’을 꼽았다. 그는 올 1월 20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외교·안보·통상 등 분야별 현안에 신속히 대응하며 미국 등 주요국과도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경제당국을 향해서는 “해외 신용평가사, 투자자들과 긴밀히 소통해 대외 신인도를 최우선으로 관리하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부처·기관 간 협업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최 권한대행은 “국정 안정과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국회, 여야, 정치권을 비롯한 지도층의 단합과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 권한대행이 정부 시무식에서 공직자의 헌신을 강조한 건 표면적으로는 대통령·총리 탄핵소추 여파로 술렁이는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으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 내부에선 “최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실 참모진과 국무위원들을 향해 메시지를 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앞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전원은 전날 최 권한대행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지만 최 권한대행이 이를 반려했다고 기획재정부는 전했다. 최 권한대행은 재판관 임명 발표에 항의해 사직 의사를 밝힌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의 사직서도 이날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