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 악화 가능성 속 운전대 잡아… ‘치매치료 권고’ 7개월뒤 면허갱신 “치매라고 무조건 면허 못막지만… 갱신주기 축소-검사대상 확대를”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서 돌진한 70대 치매 운전자의 차량. 뉴시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서 상인과 행인들을 차로 쳐 사망자 1명을 포함해 13명의 사상자를 낸 75세 치매 운전자가 최근 10개월간 치매 치료를 중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치매 증상을 방치한 상태에서 차를 몰고 나와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전문가들은 약 복용을 중단하면 치매 증상 악화가 빨리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지난해 기준 100만 명 이상으로 파악된 가운데 관련 사고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10개월간 치매 치료 방치 후 운전
2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가해 운전자 김모 씨는 2023년 11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아 첫 3개월간 약을 복용했다. 그러나 약이 떨어진 지난해 2월부터는 치매 관련 진료를 받거나 약을 복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진단 이후 약 10개월간 치매를 사실상 방치하다가 지난해 12월 31일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경찰이 의료기록을 확인할 수 없으나 운전자 가족을 통해 이런 내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 치매 인구 증가, 면허 주기 등 갱신해야
고령화 탓에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좁히고 치매 검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고령 치매 환자는 최근 10년 새 40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2015년 62만5259명에서 지난해 105만2977명으로 늘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대비 치매 환자 비율(유병률)도 2015년 9.54%에서 지난해 10.52%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라고 무조건 운전면허 소지를 제한할 순 없지만 사고를 막기 위해 관련 검사를 강화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치매가 중증으로 진행되면 운동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반사신경이 느려진다. 브레이크 등 차량 조작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 인지 능력이 저하될 경우 집중력과 판단력이 함께 흐려지기도 한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 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운전을 그만둬야 된다고 말할 순 없다”며 “주기를 단축해 운전 검사 능력을 자주 확인하고,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를 가능성이 높은 경우 야간 운전이나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는 방식의 면허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