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예술/캐럴라인 캠벨 지음·황성연 옮김/608쪽·3만8000원·21세기북스
그는 “너무 넓어서 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이동을 통제하고 감염병을 박멸하는 게 아니라, 감염 차단은 노력하되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라고 말했다. ‘공간의 크기’가 국가와 도시의 보건 정책은 물론이고, 팬데믹 기간 시민의 삶과 생활방식, 심지어 생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인이 된 셈이다.
‘공간의 크기’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면, 수백 수천 년간 인간과 함께해 온 예술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아일랜드 국립미술관 관장인 저자는 인간 문명의 집합체인 도시가 그 시대의 문화와 가치관, 인간의 삶을 반영해 온 예술, 그 속에 사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어떻게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는지를 말한다.
‘(기념비적) 공간에는 초상화나 조각품과 같은 초점이 있어야 하며, 이를 주변이 압도하지 않아야 한다. 그 뒤로는 주변 건물이나 풍경을 차단하는 배경이 있어야 하며… 이것은 초점에다 주의를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15장 평양: 통제 중)
이런 공간 중 하나가 높이 20m가 넘는 김일성·김정일 부자 동상이 서 있는 평양 만수대기념비 앞이다. 이곳에 온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거대한 두 부자의 동상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그 앞에서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열광하고 울기까지 한다. ‘도시의 운명을 바꾼 예술의 힘’이란 부제가 소름이 끼친다. 원제 ‘The Power of art’.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