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여만 완진 310명 구조·대피, 28명 연기 흡입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한 복합건축물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5.01.03 뉴시스
“눈앞이 시커매서 뭐 아무것도 안 보이고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내려왔어요.”
3일 큰 불이 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상가 건물에서 대피한 신모(61)씨는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이날 오후 백내장 검사를 받기 위해 4층 안과 병원을 찾았다가 큰 불이 났다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급하게 건물 복도로 뛰쳐나왔다.
신씨는 “계단 하나 내려오는 데 10층을 내려오는 느낌이었다”며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막 안내를 해주고, 물휴지도 준 덕분에 연기를 좀 막을 수 있었다. 내려와 보니 어떤 사람은 얼굴까지 시커멓게 더러워졌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화재 당시 치과 병원을 찾았던 허모(29)씨는 반대로 옥상으로 대피해 목숨을 구했다.
허씨는 “건물 들어갈 때 흰 연기가 살짝 있었는데 차량 매연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며 “갑자기 병원 밖에서 불이 났다는 소리에 뛰어나오니 연기가 자욱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연기만 계속 나고 몇 층에서 불이 난 건지도 모르고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며 “무슨 생각으로 올라갔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같은 층에 있던 여성분이 비상구로 올라가야 한다고 외쳐주셔서 다들 일사불란하게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불은 모두 꺼졌으나 폭격을 맞은 듯 외벽이 그을리고 유리창이 잔뜩 깨져 있는 건물 옆을 지나가는 시민들도 놀란 가슴을 거듭 쓸 어내렸다.
불이 난 건물에서 한 블럭 떨어진 곳에서 근무한다는 김모(31)씨는 불탄 건물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불이 크게 났는데 크게 다친 사람이 적어 다행이다”며 “건물을 볼 때마다 계속 불이 난 것이 기억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화재는 오후 4시37분께 성남시 야탑동 상가 건물에서 발생했다. 불은 오후 6시1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이 불로 건물에 있던 26명이 연기를 흡입했다. 나머지 240명은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으며 70명은 대피했다.
불은 건물 1층 음식점 주방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등은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성남=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