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문화센터 풍경 바꾸는 5060세대 경제-시간적 여유 있는 중장년층, 다양한 취미 즐기려 문화센터 찾아 평일 낮 주요 고객층으로 급부상… 각 백화점, 5060세대 취향 분석 운동-숏폼 제작 등 프로그램 마련… 젊은층 위한 재테크 강좌도 개설 전문가 “오프라인 유통만의 경쟁력”
지난해 11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브리지 게임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수강생들. 현대백화점 제공
지난해 12월 26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문화센터 강의실. 트럼프 카드를 손에 쥔 머리가 희끗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있었다. 이들은 “몇 트릭을 가져올 수 있을지 예측하셨나요?” “이제 비딩하시면 됩니다” 등 복잡한 용어가 섞인 강사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 사교 활동을 위한 수단으로 대중화돼 있는 브리지(Bridge) 게임 강좌 현장이다. 규칙이 복잡하고 전략이 다양해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도 즐겨 하는 두뇌 스포츠 게임이다.
4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등 주요 점포 11곳에서 평균 20명 내외로 하는 브리지 게임 강좌 수강생은 95% 이상이 50, 60대였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난해 8개에서 올해 52개로 강좌 수가 늘어났다. 브리지 게임 강좌는 신청 접수가 조기 마감된다.
이날 브리지 게임을 배우던 오정희 씨(62)는 “내년 여름 크루즈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배 위에서 여가 시간이 많아 여행객들과 잘 어울리는 게 좋다고 들었다”며 “보통은 음악을 즐기는 크루즈 댄스 타임을 갖거나 둘러앉아서 브리지 게임을 한다고 해서 미리 배워 두려고 9월에 초급, 10월부터는 중급 강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 50, 60대 수강생 비중 증가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50, 60대를 겨냥해 만든 슬로 조깅 프로그램. 롯데백화점 제공
100세 시대에는 지금 나이에 0.7∼0.8을 곱해야 실질적인 나이가 된다는 말이 있다. 50, 60대 가운데 중장년, 노인이라는 키워드를 붙이기에 미안한 분들이 많다. 이들은 30, 40대 주부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제치고 유통가 문화센터의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전체 수강생 중 50, 60대는 전체의 35%로 10명 중 3명 이상이 ‘욜드족’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50, 60대가 문화센터 수강생 중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2019년) 대비 약 10%포인트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진행하고 있는 와인 클래스.
● 문화센터 프로그램, 세대별 호응도 달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했던 시니어 건강 댄스 강좌. 신세계백화점 제공
특히 문화센터는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고객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문화센터 수업료를 보면 댄스나 어학 수업(12회)이 12만∼15만 원, 어린이 요리반(4회) 4만 원, 원데이 체험형 수업은 1만 원 정도로 시중 학원 대비 저렴한 편이다. 문화 마케팅 비용 등 회사 예산을 문화센터 강좌 지원에 일정 부분 투입하기 때문이다.
욜드족뿐만 아니라 20, 30대 젊은 세대를 공략하려는 문화센터 프로그램 개설도 늘고 있다. 이들의 경우 50, 60대가 선호하는 이색 강좌보다는 틈새 시간을 활용해 자기 계발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강좌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더현대 서울’ 문화센터인 CH 1985의 2030 이용 비중은 타 점포 문화센터의 2030 평균(32%)을 훨씬 웃도는 55.4%로 15개 전체 점포 중 가장 높다. 2030 수강생은 평일 오전 11시 반∼오후 1시 진행되는 런치 클래스(21.8%) 참여도가 가장 높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필라테스, 러닝 등 웰니스 강좌와 부동산 등 재테크 강좌가 2030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욜드(YOLD)족이란?‘Young and Old(영 앤드 올드)’의 줄임말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020 세계 경제 대전망’에서 ‘젊은 노인’을 의미하는 말로 언급한 후 널리 알려졌다. 이전 노인 세대보다 훨씬 건강하고 소득 수준이 높은 동시에 고학력자다. 이들은 노년층의 역할에 대한 전통적 관념과 달리, 신체·정신적 건강과 재정·시간적 여유를 토대로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욜드 세대는 항공·여행·금융·의료 등 다양한 부문의 산업에서 중요한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