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탁구를 좋아해 저도 잠시 친 적이 있어요. 그런데 30년이 넘어서 다시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잘 치는 겁니다. 주변에서 계속 잘 친다고 하니 더 열심히 치게 됐죠.”
최명주 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 코리아탁구체육관에서 포핸드스트로크로 공을 받아넘기고 있다. 2016년 지인의 권유로 탁구를 치기 시작한 그는 거의 매일 3시간씩 탁구장에서 시간을 보냈고, 생활체육탁구 지도자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처음엔 하루 한 시간씩만 치려고 했는데 두 시간, 세 시간씩 치게 됐다. 주 5일 이상 탁구장에서 살았다. 탁구는 운동량이 많았다. 조금만 쳐도 땀이 뻘뻘 흐른다. 공에 집중해 상대와 겨뤄야 하기 때문에 탁구 칠 때는 온전히 탁구에만 빠져 지낼 수 있었다. 사람들 만나 웃고 탁구 치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와 잡념이 날아갔다. 그는 “어느 순간 탁구는 내 평생 친구가 됐다. 탁구장에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다. 탁구도 치고 밥도 먹고 차 한잔 마시며 다시 탁구 얘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고 했다.
최명주 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 코리아탁구체육관에서 라켓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대회 출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뭘까?
“2019년인가 서울 시민리그에 출전했어요. 4명이 단체전에 나갔는데 우승했죠. 단체전에서는 제가 못 치면 폐를 끼칠 것 같아 엄청 마음을 졸이면서 경기한 기억이 나요. 그런데 경기하면서 응원도 하다보니 이기고 지고를 떠나 함께 응원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서로 하나가 되는 느낌이랄까. 너무 좋았어요.”
최 씨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최근 국가대표를 반납한 노장 이상수(35·삼성생명)다. 그는 “삼성생명에서 일반인 초청 이벤트를 할 때 갔는데 너무 다정하고 자상하게 알려줬다. 그때부터 팬이 됐다”고 했다.
최명주 씨가 생활체육 탁구대회에서 획득한 상장. 최명주 씨 제공.
그는 어떤 지도자일까?
“뭐 엄격하게 얘기해서 저 또한 초보분들이랑 실력이 비슷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초보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지도할 수 있다는 게 제 장점이 됐어요. 그래서 저를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아요. 대부분의 선수 출신 지도자들은 초보자들의 어려움을 잘 모르거든요. 저는 기본기를 중시합니다. 그런데 생활체육 탁구는 기본기보다 탁구 치는 재미를 위해서 온 분들도 있죠. 그분들은 기초적인 것만 알려주고 바로 게임을 하도록 합니다. 기본기가 된 분들에게는 이제 더 잘 치는 지도자에게 배우라고 보냅니다.”
최명주 씨가 한 대회에서 입상한 뒤 포즈를 취했다. 최명주 씨 제공.
탁구는 중강도 운동으로 체중 60kg인 사람이 한 시간 치면 300칼로리를 소모해 시속 8km로 1시간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몸풀기로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10분만 쳐도 땀이 쏟아진다. 게임을 하면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비만 예방 및 다이어트에 좋은 스포츠로도 꼽힌다. 탁구는 좁은 공간에서 라켓으로 2.7g의 작은 공을 치기 때문에 ‘운동량은 많고 부상 위험은 적어’ 최고의 시니어 스포츠로 평가되기도 한다.
최명주 씨(가운데)가 한 대회에서 입상한 뒤 포즈를 취했다. 최명주 씨 제공.
최명주 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 코리아탁구체육관에서 포핸드스트로크로 공을 받아넘기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느 날 나이 드신 분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탁구를 열심히 치기에 ‘어떻게 오셨나요?’라고 물었더니 ‘나이 들어 퇴직하고 수영을 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다른 사람들의 진로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탁구장으로 왔다’고 했죠. 그러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탁구를 시작했는데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해봐도 그래요. 정말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칠 수 있고, 운동 효과도 좋죠.”
최 씨는 소화능력도 좋아졌다고 했다. 최 씨는 “식사만 하면 소화가 안 돼 속이 부글거렸는데 탁구를 처음 친 날 배가 고파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먹고 싶은 것 다 먹어도 소화가 잘됐다”고 했다. 이렇게 변화된 모습에 가족들도 탁구 치는 그를 적극 응원하고 있다.
최명주 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 코리아탁구체육관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금은 탁구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는 “탁구는 남녀노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칠 수 있는 평생 스포츠”라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