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년사진 no. 94
● 새해 인사, 어떤 이미지를 보내셨나요?
여러분은 2025년 새해 인사를 전하면서 어떤 이미지를 함께 보내셨나요? 이모티콘, 해돋이 사진, 뱀 그림, 혹은 AI로 제작한 이미지를 사용하셨나요? 요즘은 보기 힘든 광경을 하나 소개합니다.
지난주 퇴직을 앞둔 선배의 책상 위에 한 장의 연하장이 도착했습니다.
2024년 12월 말 광화문 동아일보의 한 사진기자에게 배달된, 지인의 신년 축하 엽서. 변영욱 기자cut@donga.com
2024년 12월 말 광화문 동아일보의 한 사진기자에게 배달된, 지인의 신년 축하 엽서. 변영욱 기자cut@donga.com
그럼에도 여전히 연하장의 이미지는 새해 인사의 일부입니다. 문자 메시지에 첨부하는 산수화 느낌의 이미지나 십장생 그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가 들어간 이미지를 보내는 모습이 그 연장선입니다. 그러나 과거엔 이런 그림이 인쇄된 엽서나 8페이지짜리 편지로, 종이에 정성껏 손글씨를 써서 존경하는 분들에게 보내곤 했습니다.
연하장은 우체국과 집배원을 거쳐야 전달되는 만큼, 12월 26~27일 즈음에는 미리 우체통에 넣어야 했습니다.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는 정성과 번거로움이 필요했던 인사법이었습니다. 때를 놓치면 새해 인사를 건네지 못한 셈이 되니까요.
● 100년 전, 연하장 200만 장이 유통되었다고 합니다
1925년 1월 2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당시 경성의 다섯 개 우체국에서만 하루에 160만 장의 연하장이 배달되었습니다.
2백만의 연하장(年賀狀)
어제 아침 첫 회 배달 양이
부내 5국(局)에 165만 장
어제 아침 첫 회 우편으로 시내 각처에 배달된 연하장의 총 숫자를 듣건데, 경성작일 아침 제 일회 우편으로 시내 각처에 배달된 연하장의 총 수효를 듣건데, 경성(京城)우편국에 84만, 광화문(光化門)에 41만1천5백14장, 남대문(南大門)에 39만, 서대문(西大門)에 8만2천4백35, 룡산(龍山)에 23만2천4백60장. 다섯 군데를 합하면 모두 1백6십3만2천4백60장이나 된다는데 이것도 어제 아침 첫 회로 배달한 것이므로 올해 경성 시내에 떨어질 연하장은 2백만장이 넘을 터이더라.
연말까지 총 200만 장이 넘을 것이라 예측했죠. 1925년 한반도 인구가 약 1952만 명(출처: 국가통계포탈) 이었으니, 인구 10명 중 1명이 연하장을 보낸 셈입니다.
집배원들은 평소의 몇 배나 되는 우편물을 배달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 모습이 담긴 사진은 오늘날엔 보기 힘든 장면이 되었습니다.
◇ 연하장도 내게는 설움! 1924년 1월 2일자 동아일보
독자 여러분! 근하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所願成就`카드에 담아 `즐거운 크리스마스` 그리고 `복된 새해` 다정한 이웃들에게 크리스마스와 새해의 축복을 비는 예쁘장스런 카드들도 인기다.〈소공동.1969〉. 동아일보 DB.
[카메라 출동] 몰려드는 「歲暮(세모)사연」에 郵便囊(우편낭) 이 무거운 集配員(집배원) 서울 등 대도시를 비롯、전국 각지의 우체국들이 연말 성업을 이룬속에 집배원들의 발길이 더욱 바빠졌다。 평상시의 4배도 더 되는 연말 우편물 취급을 위해 체신부는 지난 11일부터 오는 1월10일까지를 연말연시 우편물 특별 소통기간으로 정하고 산더미처럼 밀려드는 연하장 크리스마스카드 달력 등을 처리하느라 진땀。 이 기간중 취급할 우편물은 카드와 연하장 4천7백여만장등 모두 1억8백만통쯤 될것으로 잡고있다. 동아일보 DB.
성탄카드와 연하장으로 한해를 마무리 해야 할때다. 다양한 표현 기법의 카드와 연하장이 많은 것이 올해의 특징이다.(1983). 동아일보 DB.
변영욱 기자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