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경남 진주시에 거주하는 김모 씨(61)는 설 명절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가족들을 생각해 넉넉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싶지만 물가가 올라 부담이 커진 탓이다. “최근 김치를 담그려고 마트에 갔는데 무가 워낙 비싸 박스 단위로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이전에는 가족들과 나눌 음식까지 준비했지만 이번 명절에는 차례상에 올릴 것만 최소한으로 사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배추, 무를 비롯한 주요 농산물 가격이 1년 전의 약 2배로 급등해 밥상물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설 명절을 앞두고 성수품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물가 관리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배추 평균 소매가격은 1포기에 5027원으로, 지난해(3163원)보다 58.93% 올랐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격 중 최고·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인 평년 가격(3754원)과 비교해도 33.91% 높다. 무는 한 개에 1년 전, 평년보다 각각 77.42%, 52.74% 오른 3206원으로 나타났다.
과일값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설 성수품인 배(신고) 평균 소매가격은 10개에 4만1955원으로 1년 전보다 24.57%, 평년보다 23.46% 올랐다. 지난해 배 생산량이 전년 대비 감소한 데다 생산 이후 저장 단계에서 폭염 피해가 발생해 유통 가능 물량이 줄었다. 사과(후지) 10개 가격은 지난해보다는 10.19% 내렸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3.14% 높다.
겨울철 소비자가 자주 찾는 감귤은 10개에 4804원으로 나타났다. 열과 피해 등으로 전년 및 평년 대비 각각 12.27%, 63.29% 올랐다. 딸기의 경우 100g당 가격(2542원)이 1년 전보다 10.38%, 평년보다 25.41% 비싸졌다.
과일 채소 값 급등으로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학생 김모 씨(21)는 최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특히 좋아하던 과일을 사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새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원대로 올랐는데, 딸기 1팩(500g)은 시급보다 더 비싸다”며 “일자리 찾기도 쉽지 않아서 앞으로도 과일, 채소를 잘 못먹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축산물 가격은 농산물보다 안정적이지만 동절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이 닭고기과 계란 값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발생 이후 현재까지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20건 발생했다. 산란계 살처분 수는 전체 사육 규모의 1% 수준이지만 정부는 수급 상황을 면밀히 관찰할 방침이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