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 사진 출처 조지 소로스 홈페이지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환율이 오르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원화를 더 주고 달러를 사야 하니 해외여행이 힘들어지고, 원자재와 수입품 가격이 올라 물가가 오른다. 개인이 살기 팍팍해지고 회사의 비용 부담도 증가한다.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자칫 외환보유액을 투기세력의 밥상으로 내놓는 꼴이 될 수도 있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외환 투기를 이야기할 때 조지 소로스(95)를 빼놓을 수 없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유대인 소로스는 나치를 겪고 영국으로 이주해 런던정경대(LSE)의 칼 포퍼 밑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소로스는 철학을 계속 공부하고 싶어 했지만 부득이 금융업으로 방향을 돌려 헤지펀드 ‘퀀텀펀드’를 설립했다. 이후 경제 동향, 금리, 통화 등 거시경제 분석을 토대로 단기간에 막대한 자금을 퍼붓는 투기 전략을 성공시켜 전설이 됐다.
소로스는 무려 100억 달러 상당의 파운드화를 빌려 시장에 팔아치웠다. 이를 공매도라고 하는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건을 먼저 빌려서 팔았다가, 나중에 실제로 가격이 떨어졌을 때 싼값에 사서 되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긴다. 소로스가 한 것은 파운드화의 하락을 확신하고 대규모로 빌려서 시장에 팔겠다고 내놓은 것이다.
파운드화가 폭락할 위기에 놓이자 BoE는 금리를 크게 올리고 외환을 팔아 수십억 파운드를 사들이며 환율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소로스와 그를 따르는 투자자들의 파운드화 공매도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ERM을 탈퇴하며 고정환율 체제를 포기했다. 그 결과 파운드화 가치는 크게 떨어지고 소로스는 싼값에 파운드화를 사서 갚음으로써 단숨에 1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얻었다.
돈의 가격인 환율은 경제 상황, 정치 이슈에 민감하다. 지금 전 세계가 우리의 정치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무책임과 혼란, 비전의 부재가 원화 값을 떨어뜨리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원화 자산을 팔고 달러 자산을 사려는 수요가 가속화되면 이는 환율을 더욱 높이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중대한 위기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자신의 처지가 아닌 진정 국익을 생각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