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4년째 복역하던 김신혜 씨(47)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지원장 박현수)는 6일 김 씨의 존속살해 사건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어 무죄”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2000년 3월 7일 전남 완도군에서 수면제 30여 알을 술에 타 아버지 A 씨(당시 52세)를 살해하고,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수면제를 양주에 타 아버지에게 ‘간에 좋은 약’이라고 말하며 먹였고, 아버지가 자신과 여동생을 성추행해 죽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김 씨가 같은 해 1월 아버지 명의로 상해·생명보험 7개(9억 원대)에 가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범행 동기가 충분하다고 봤다.
재판이 시작되자 김 씨는 자백 진술을 번복하며 무죄를 호소했다. 그는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을 듣고 자신이 남동생 대신 교도소에 가기 위해 거짓 자백했다고 밝혔다.
또한 아버지 명의로 가입한 보험 중 상당수는 이미 해약됐고, 나머지 보험들도 가입 2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며 ‘짜맞추기 수사’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경찰의 강압 수사, 영장 없는 압수수색, 절차적 불법 행위 등을 근거로 2015년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날 재심 재판부는 경찰이 김 씨로부터 받은 자백 진술과 주변인 진술 모두 증거 능력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건 초기 피고인의 범행 인정 진술은 경찰의 강압적 수사, 동생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면제 30여 알을 양주에 모두 녹여 먹이는 방식의 범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다. 부검 결과 피해자의 몸에서는 알약이나 가루 형태의 약물 복용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김 씨 남동생은 선고 직후 “진실을 찾아준 재판부에 감사하다. 이 판결로 누나가 조금이라도 마음의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는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곧 석방될 예정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