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차전지 폭락에 괴리율 급등 대표주 삼성전자도 50% 차이 증권사 보고서 매수의견이 90% “관행에 갇혀 투자자 신뢰 잃어”
개인투자자 성모 씨(36)는 지난해 상반기(1∼6월) ‘삼성전자 주가가 10만 원에 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를 읽고 해당 주식을 주당 8만3000원 정도에 매수했다. 당시만 해도 여러 증권사들은 앞다퉈 삼성전자 목표 주가(목표가)를 최소 9만5000원으로 제시하며 낙관론을 펼쳤다. 성 씨는 “현재 주가를 보면 증권사들이 1년 전에 삼성전자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했는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장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그때의 경험 이후로 투자 과정에서 증권사 보고서는 참고도 안 한다”고 했다.
증권사 보고서가 제대로 된 ‘투자 가이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높은 가운데 실제로 코스피 상장사의 현재 주가 수준이 증권사에서 제시하는 목표가보다 50% 가까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 보고서에는 ‘매수’ 의견이 담긴 비중이 90%에 육박했다. 증권업계가이 같은 목표가 설정, 보고서 발행 관행 때문에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서는 증권사가 기업의 자금 조달 업무를 도맡으며 수수료를 챙기다 보니 구조적으로 매도 보고서를 발간하기 힘들다고 진단한다. 국내 기업으로 쏠린 수익원을 다변화해야 보고서다운 보고서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기업 눈치를 보지 않고 보고서를 객관적으로 쓰려면 장기적으로 자기자본을 키우고 해외 사업 비중을 높이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아무리 수익과 밀접하다 해도 기업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서에) 담지 못하는 건 적절치 않은 일”이라며 “업계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