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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증권사 목표주가… 실제주가는 47% 낮아

입력 | 2025-01-07 03:00:00

작년 2차전지 폭락에 괴리율 급등
대표주 삼성전자도 50% 차이
증권사 보고서 매수의견이 90%
“관행에 갇혀 투자자 신뢰 잃어”




개인투자자 성모 씨(36)는 지난해 상반기(1∼6월) ‘삼성전자 주가가 10만 원에 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를 읽고 해당 주식을 주당 8만3000원 정도에 매수했다. 당시만 해도 여러 증권사들은 앞다퉈 삼성전자 목표 주가(목표가)를 최소 9만5000원으로 제시하며 낙관론을 펼쳤다. 성 씨는 “현재 주가를 보면 증권사들이 1년 전에 삼성전자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했는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장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그때의 경험 이후로 투자 과정에서 증권사 보고서는 참고도 안 한다”고 했다.

증권사 보고서가 제대로 된 ‘투자 가이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높은 가운데 실제로 코스피 상장사의 현재 주가 수준이 증권사에서 제시하는 목표가보다 50% 가까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 보고서에는 ‘매수’ 의견이 담긴 비중이 90%에 육박했다. 증권업계가이 같은 목표가 설정, 보고서 발행 관행 때문에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3곳 이상이 최근 3개월간 목표가를 제시한 코스피 기업 234개의 목표가 괴리율은 평균 46.9%(2일 종가 기준)였다. 목표가 괴리율은 목표가와 실제 주가의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로, 값이 클수록 목표가가 현재 주가보다 높다는 뜻이다. 코스모신소재(+137.10%), 솔루스첨단소재(+128.20%), 롯데관광개발(+116.04%) 등의 괴리율이 특히 높은 편이었으며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괴리율도 +50.64%에 이르렀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보고서의 객관성을 높이고자 2017년 9월부터 괴리율 공시를 의무화했다. 그럼에도 증권사의 목표가와 현재 주가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해 2차 전지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해당 업종 괴리율이 급등했다.

목표가 괴리율뿐 아니라 증권사의 보고서 의견이 ‘매수’에 쏠린 점도 병폐로 지적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국내 증권사 17곳의 ‘매도’ 의견 비율은 0.1%에 불과했다. 14곳 증권사는 ‘매도’ 의견 보고서가 아예 없었으며 신영증권(0.7%), iM증권(0.7%), 하나증권(0.5%) 등도 전체 보고서 대비 ‘매도’ 의견 비중은 미미했다. 국내에 진출한 미국, 일본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중이 평균 15%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증권사가 기업의 자금 조달 업무를 도맡으며 수수료를 챙기다 보니 구조적으로 매도 보고서를 발간하기 힘들다고 진단한다. 국내 기업으로 쏠린 수익원을 다변화해야 보고서다운 보고서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기업 눈치를 보지 않고 보고서를 객관적으로 쓰려면 장기적으로 자기자본을 키우고 해외 사업 비중을 높이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아무리 수익과 밀접하다 해도 기업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서에) 담지 못하는 건 적절치 않은 일”이라며 “업계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