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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팔루아에선 맘껏 쳐라… ‘35언더’ 최소타 신기록 또 터졌다

입력 | 2025-01-07 03:00:00

PGA 개막전 日 마쓰야마 우승
2022년 스미스 ‘34언더’ 기록 깨… 임성재 3위, 상금 3000만달러 돌파
PGA 투어중 11번째로 긴 코스
페어웨이 넓어 ‘747機 착륙’ 말까지… 역대 30언더파 8명 중 7명 배출



2025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개막전 더 센트리가 열린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파73)는 넓은 페어웨이와 평이한 그린으로 PGA투어에서 가장 쉬운 코스로 꼽힌다. 6일 끝난 올해 대회에서도 출전 선수 59명 중 25명이 20언더파 이상을 기록했다. 카팔루아=AP 뉴시스


“솔직히 날씨만 좋으면 누구나 12언더파 이상 칠 수 있는 코스다.”

임성재(27)는 5일 2025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개막전 더 센트리 3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9개로 11언더파를 몰아친 뒤 이렇게 말했다.

최종 합계 35언더파로 우승하며 PGA투어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을 새로 쓴 마쓰야마 히데키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카팔루아=AP 뉴시스

그리고 불과 하루 뒤 PGA투어의 새 역사가 탄생했다. 일본인 선수 마쓰야마 히데키(33)가 4라운드 최종 합계 35언더파로 PGA투어 72홀 역대 최다 언더파 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오른 것이다. 2위 콜린 모리카와(28·미국) 역시 32언더파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PGA투어 대회장은 코스 세팅이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개막전이 열린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파73)만큼은 예외다. 임성재의 말처럼 이 코스는 PGA투어 선수라면 누구든 한 라운드에 10언더파를 노려볼 만한 ‘천국 같은 코스’다.

PGA투어가 전자 스코어 집계를 시작한 1983년 이후 72홀 기준으로 30언더파 이상을 친 선수는 이날까지 8명 나왔다. 그중 7명이 이번 대회가 열린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에서 30언더파 이상을 잡아냈다. 2022년 이 대회에서는 캐머런 스미스(호주), 욘 람(스페인), 맷 존스(호주)가 나란히 34언더파, 33언더파, 32언더파를 쳤다. 스미스는 종전 최다 언더파 기록 보유자였다. 이 코스가 아닌 다른 코스에서 30언더파를 친 선수는 2020년 TPC 보스턴에서 30언더파를 기록한 더스틴 존슨(미국)이 유일하다.

올해 대회에서는 출전 선수 59명 중 25명이 20언더파 이상을 기록했다. 여느 대회라면 10언더파 정도면 우승을 노려볼 만하지만 이 대회에서는 20언더파를 쳐도 톱10에도 들지 못했다. 평균 버디는 지난 시즌 투어 평균(3.8개)보다 약 2개 많은 5.7개였고, 평균 타수는 지난 시즌 투어 평균(71.1타)보다 약 3타 적은 68.7타(4.2언더파)였다.

선수들이 타수를 쉽게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넓은 페어웨이다. PGA투어 코스 중 11번째로 긴 7600야드 코스지만 페어웨이가 워낙 넓어 선수들 사이에서는 “747 제트기를 착륙시킬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선수들이 마음 놓고 공을 때리면서 400야드 넘는 드라이버샷도 어렵지 않게 나온다.

그린도 평이하다. 이 코스를 설계한 빌 쿠어는 “선수들이 측면 경사를 활용해 핀에 가까이 공을 붙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PGA투어 코스 중 네 번째로 많은 93개의 벙커도 무용지물이다. 골프 코스를 분석해 베팅을 돕는 매체 ‘벳스퍼츠 골프’는 “쉽게 칠 수 있는 페어웨이와 평이한 그린의 조합 덕분에 투어에서 가장 유명한 ‘버디 축제’ 중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골프 전문 매체 ‘골프위크’도 지난 시즌 PGA투어 대회가 열린 42개의 코스 중 이곳을 가장 쉬운 코스로 꼽았다.

마쓰야마는 이날 최다 언더파 기록과 함께 PGA투어 한 대회 통산 최다 버디 기록(35개)도 세웠다. 통산 11승째를 거둔 마쓰야마는 우승 상금 360만 달러(약 53억 원)를 챙겼다.

지난해 이곳에서 34개의 버디를 잡아내 종전 최다 버디 기록을 갖고 있던 임성재도 선전했다. 마지막 날 8언더파를 적어낸 임성재는 최종 합계 29언더파 263타로 3위에 올랐다. 3위 상금 136만 달러(약 20억 원)를 더한 임성재는 데뷔 6년 만에 PGA투어 통산 상금 3000만 달러를 돌파(3125만9508달러·약 460억 원)했다. 한국 선수 중 PGA투어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받은 최경주(3280만3596달러)와의 격차도 약 155만 달러로 좁혔다. 임성재는 “첫 대회부터 시작이 좋아 올 시즌이 잘 풀릴 것 같다”며 “3년 전에 우승을 한 뒤 소식이 뜸하다. 올 시즌도 우승하면 좋겠지만 우승은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안병훈(34)과 김시우(30)는 나란히 공동 32위(16언더파 276타)를 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