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체포 혼돈] ‘尹체포’ 경찰에 떠넘겼다 철회 공수처, 5일 밤 9시 경찰에 공문… 내부 검토 거친뒤 “尹체포 일임” 경찰 “공수처 수준에 인내 한계”… “콜로세움에 밀어넣고 구경 심산” 법조계 “공수처, 경찰 지휘권 없어”… “영장 집행 일임, 법적 논란 소지”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6일 오전 공수처 청사가 있는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과천=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한다.”
5일 오후 9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공수처와 경찰이 150명의 체포조와 2700명의 기동대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투입하고도 윤 대통령 체포에 실패한 지 3일 만이자 체포영장 시한(6일)을 하루 남겨둔 시점이었다. 공문 내용에 대한 사전 협의도 전혀 없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그간 불거졌던 수사력 논란과 체포영장 집행 실패, 대통령경호처장 체포를 두고 불거졌던 경찰과의 의견 대립 등을 지나치게 의식해 최악의 ‘악수(惡手)’를 뒀다는 비판이 나왔다.
● 비난 여론 부담에 ‘체포 떠넘기기’ 한 공수처
공수처는 5일 체포영장을 다시 집행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차라리 경찰에 맡기자”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한다. 공수처 내부에서 “경찰 말대로 박 처장 등을 체포했다면 경호처를 더 자극해 정말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차라리 경찰에 집행을 위임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결국 공수처는 내부 법률 검토를 거쳐 5일 오후 9시 체포영장 집행 위임 공문을 국수본에 보냈다.
● 법조계 “공수처, 경찰 지휘권 없어”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현재, 형사소송법 81조는 ‘검사가 검찰 수사관에게 집행지휘를 할 수 있다’는 제한적인 규정”이라며 “‘공수처 검사는 사법경찰관인 공수처 수사관을 지휘해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고 해석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경찰 신청도 없이 공수처가 청구해서 영장을 발부받아 놓고,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경찰에 위임한다는 것은 법적 논란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 경찰 “국가권력 수사가 장난인가”
5일 밤 공문이 도착하자 경찰 내부에선 “우리가 용역기관은 아니지 않느냐”란 불만이 속출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우종수 특수단장도 6일 민주당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공수처 수준에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 살아 있는 국가권력을 수사하는 건 장난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법적 책임을 지는 게 무서워서 집행을 넘기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 관련 게시판에도 “콜로세움에 밀어넣고 밖에서 구경하겠다는 수준” 등의 글이 올라왔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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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