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절단 의혹 화물선 부산 향해 韓해경 “공식 요청 있으면 공조”
뉴스1
대만 정부가 자국 북부 해안에서 해저 통신 케이블을 고의로 절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 화물선을 수사하기 위해 한국에 공조를 요청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한국 해양경찰청은 대만 외교부의 공식 요청이 있을 경우 공조 수사에 나서겠다고 6일 밝혔다.
FT와 쯔유(自由)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 통신사인 중화텔레콤은 3일 오전 북부 지룽항 인근 해안에 설치된 해저 케이블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업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만 해경은 사고 해역에서 카메룬 선적의 화물선 순싱 39호를 발견했다. 이 배를 소유한 홍콩 회사에는 중국 본토 출신 이사 한 명만 등재돼 있어 중국 화물선으로 추정된다.
다만, 대만 해경은 기상 악화와 국제법 규정 탓에 선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 선박의 다음 기항지가 부산항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대만 해경은 5일 오후 10시경 “순싱 39호에 대한 조사를 도와 달라”고 한국 해경에 요청했다.
대만 당국은 문제의 선박이 해저 케이블을 손상시키기 위해 일부러 닻을 늘어뜨린 채 항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에 따르면 이 선박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약 한 달 동안 해저 케이블 여러 개가 지나는 지역을 반복해 항해했다. 대만 안보 당국자는 “이것은 해저 케이블을 노린 매우 우려스러운 방해 행위의 또 다른 사례”라고 FT에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순 북유럽 발트해에서도 해저 케이블 2곳이 절단됐는데, 당시 중국 선박이 주변 해역에서 닻을 내린 채 항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중국의 대만 봉쇄 작전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해저 케이블을 차단해 대만과 외부 세계의 연결 및 소통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것. 2023년 2월에도 중국 본토와 대만섬 사이에 설치된 해저 케이블 2개가 중국 어선 및 화물선에 의해 파손됐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