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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에 곧 ‘발암 물질’ 경고문…얼마나 마셔야 안전?

입력 | 2025-01-07 09:27:00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담뱃갑 겉면에 붙은 ‘폐암으로 가는 길’ 같은 건강에 관한 경고문이 술병과 캔에도 붙을 전망이다.

비벡 머시 미국 의무총감(SG) 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지난 3일(현지시각) 알코올 섭취와 암 위험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설명하는 경고 문구를 달도록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회가 그의 요청을 수용하면 ‘알코올은 발암 물질’같은 새로운 문구를 술병과 캔에 넣어야 한다.

의무총감실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는 담배와 비만에 이어 미국에서 예방 가능한 암 원인 중 3위에 해당한다. 알코올 섭취는 유방암, 대장암, 간암, 구강암, 인후암, 식도암, 후두암의 최소 7종의 암 위험을 높인다.

암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음주량은 어느 정도 일까.

현재 미국 보건 당국의 지침은 남성은 하루 두 잔 이하, 여성은 하루 한 잔 이하(맥주 355㎖·증류주 44.3㎖·와인 148㎖ 기준)가 적정 음주량이다.

이 정도 양이면 안심해도 될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니다. ‘첫 한 방울부터 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웅변하듯 안전한 음주량이란 없다. 다만 ‘적을수록 낫다’는 상식은 여전히 적용된다.

의무총감실의 보고서 등에 따르면 하루 한 잔의 알코올음료라도 특정 암의 위험을 10%에서 40%까지 높일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주일에 한 잔 미만의 음주로 인해 암에 걸릴 절대 위험은 여성의 경우 16.5%, 남성의 경우 10% 증가한다.
▽하루 한 잔은 여성의 경우 19.0%, 남성의 경우 11.4%
▽하루 두잔 이상은 여성의 경우 21.8%, 남성의 경우 13.1%까지 발암 절대 위험을 높인다.

“불행히도 사실상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 우리는 가능한 적게 마시라고 권하는데, 완전히 절제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다”라고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혈액종양내과 의사 스닐 카마스(Suneel Kamath) 박사가 USA투데이에 말했다.

그는 여성은 주당 7잔, 남성은 14잔까지 안전하다고 한 건강관리 당국의 이전 지침은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고, 레드 와인의 심장병 예방효과도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용량-반응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적게 마실수록 그나마 낫고 많이 마실수록 위험도가 올라간다.

“주당 한두 잔은 아마도 암 위험이나 알코올로 인한 다른 부정적인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알코올은 발암물질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섭취를 최대한 제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카마스 박사는 조언했다.

음주 패턴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당 넉 잔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하루 한 잔씩 네 번에 걸쳐 마시는 것이 한 번에 네 잔을 마시는 것보다 낫다고 그는 말했다.

알코올은 어떻게 암을 유발할까.

알코올 소비는 네 가지 주요 메커니즘을 통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첫째, 알코올은 체내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된다.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는 DNA와 결합 후 이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한다. DNA가 손상되면 세포가 제어되지 않고 성장하여 암 덩어리를 만들 수 있다.

둘째, 알코올은 반응성 산소 종을 생성하여 염증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DNA, 단백질, 지질 등을 손상시킨다. 이를 산화 과정이라 부르며 염증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셋째, 알코올은 호르몬 수치를 변화시킨다. 특히 에스트로겐이 큰 영향을 받는다. 이는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째, 담배 연기에서 나온 발암 물질이 알코올에 녹아들어 체내에 흡수되기 쉬운 상태가 되어 구강암과 인후암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알코올로 인한 암 위험을 줄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완전한 금주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술은 정신 건강 개선과 사회생활의 윤활제 같은 긍정적인 역할도 꽤 있기 때문이다.

이에 카마스 박사 등 전문가들은 적정 음주량을 지키고, 단시간에 많은 양을 마시지 않으며, 술보다 암 위험이 더 높은 담배를 동시에 피우지 말 것을 조언한다.

무알콜 음료로 대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술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맥주 업체는 물론, 위스키 같은 증류주, 심지어 와인 업체도 경쟁적으로 무알콜 제품을 내놓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