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콘텐츠아카데미(NCA) 과정 1기 교육생 출신 강동완 감독이 ‘인 더 픽처’ 전시회의 대표작 ‘사랑하는 딸’을 소개하고 있다. 인터비즈 제공
인천국제공항의 체험형 K콘텐츠 상설 전시관 ‘K컬처 뮤지엄’에 전시됐던 ‘인 더 픽처(In the Picture)’의 세계관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뉴콘텐츠아카데미(NCA) 과정 1기의 인텐디드(Intended) 팀(강동완, 고준식, 윤석찬, 정은혜)이 제작한 전시회다. VR(가상현실) 고글을 쓰고 갤러리 매니저가 되어 가상의 화가 말로(Malo)의 작품을 둘러볼 수 있다. 각각의 그림은 말로의 비극적인 인생사를 표현한다. 눈이 보이지 않아서 슬퍼하는 딸을 그린 작품 ‘사랑하는 딸’이 대표적이다. 갤러리 매니저가 된 관객은 전시회를 탈출하기 위해 출근 일지에 적힌 미션들을 수행해야 한다. 그림 속 인물과 대화하거나, 그림에 손을 넣어 사물을 꺼낸 후 다른 그림으로 옮기면서 해결할 수 있다. 미션이 끝날 때마다 나타나는 공포스러운 효과는 비극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관객들 사이에서 가장 인상적이라고 언급된 건 사랑하는 딸과 관련한 미션이다. 눈을 그릴 수 있게 도와달라는 소녀의 요청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극적인 연출로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7일 인 더 픽처를 연출한 강동완 감독은 본지 인터뷰에서 “현실에서 즐길 수 없지만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할법한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가상의 그림 속 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VR과 AI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K컬처 뮤지엄에 전시된 ‘인 더 픽처(In the Picture)’.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강 감독은 “VR 콘텐츠 프로듀서들을 만나며 인 더 픽처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단계별로 체계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며 “다양한 국내 VR 콘텐츠 성공 사례를 함께 분석하며 인터랙션(상호작용) 기획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랙션이란 관객이 가상현실에 입장 후 퇴장하기까지 새로운 콘텐츠와 상호작용하는 전체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인 더 픽처를 예로 들면 그림별 미션을 수행하며 갤러리를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이 인터랙션이다.
강 감독은 제작사를 방문해 현직자들과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보완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콘텐츠 제작 기업 로커스의 개발팀으로부터 실시간 엔진 활용 방법을 배운 것이 큰 힘을 발휘했다. 실시간 엔진은 게임 배경 등의 가상환경을 설계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3D 공간을 만든 후 사물의 위치, 빛의 세기와 각도 등을 미세하게 조정하며 현실감 있는 가상환경을 완성할 수 있다.
강 감독은 로커스 개발팀과 진행한 아이디어 피칭이 인 더 픽처로 기획 방향을 수정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디어 피칭에서 VR 추리물 콘텐츠 기획안을 발표했는데 로커스 개발팀이 기술적인 한계로 제작 기간이 3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며 “현실적인 제작 방안이 필요하다는 피드백을 듣고 고민하다가 빠르게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그림 생성형 AI를 해법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인 더 픽처의 콘셉트를 ‘AI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회’로 잡은 이유다.
이한규 기자 hanq@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