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호흡기 등에 부종 생기는 질병… 10명 중 7명꼴로 15세 전에 발작 겪어 국내 허가 예방 치료제 ‘라나델루맙’… 최근 급여 신청해 치료 여건 개선 기대
체내 염증을 조절하는 특정 단백질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성 혈관부종은 신체의 다양한 부위에 부종을 유발한다. 입술과 눈이부풀어 오른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체내 염증을 조절하는 특정 단백질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성 혈관부종은 신체의 다양한 부위에 부종을 유발한다. 입술과 눈이부풀어 오른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국제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 지침은 단순히 발작을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질환의 완전한 통제’와 ‘삶의 정상화’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회복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이에 따라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 패러다임은 발작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장기 예방 요법으로 전환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방 치료제인 라나델루맙은 2021년 국내 허가를 받았으며 여러 임상 연구에서 발작 빈도를 크게 줄이고 삶의 질을 유의미하게 개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소아 환자 대상의 연구에서도 발작률이 평균 94.8% 감소하는 등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 라나델루맙이 급여로 널리 사용돼 환자의 치료 환경과 삶의 질 개선에 큰 역할을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비급여인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환자들은 또 다른 예방 치료제인 남성 호르몬 ‘다나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다나졸의 경우 장기간 복용 시 남성 환자에서 간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여성 환자에게는 남성화, 체중 증가, 지질 이상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사용에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예방 치료제에 대한 의학적 요구도가 매우 큰 상황이다.
한국 유전성 혈관부종 환우회의 민수진 회장은 “예방약을 눈앞에 두고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 최근 응급 치료제인 약제의 급여 기준이 변경돼 치료 환경이 다소 개선되기는 했지만 언제, 어느 정도의 증상이 나올지 모르는 질환의 특성을 관리하기에는 여전히 제한적인 치료 환경”이라며 “하루빨리 예방 치료제가 급여돼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들이 일반인들과 같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중앙대광명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박소영 교수는 “해외는 환자마다 증상 발현의 정도와 빈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카티반트의 처방량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또한 라나델루맙과 같은 예방 요법은 이미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아 임상 현장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의 발작 횟수를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예방 요법의 신속한 급여화가 이뤄진다면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들의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환자와 의료진, 정책 관계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힘을 합쳐 치료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윤정 기자 ong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