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여는 사람들] 〈5〉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우주 발사체-추진 시스템 개발… 소형 위성 등 저궤도 수송 서비스 작년 시험 발사, 화재로 불발돼 “올해 재도전, 반드시 성공할 것”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추억의 만화영화 ‘들장미 소녀 캔디’의 주제곡 가사다. 고아 소녀인 캔디가 씩씩하게 성장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간다는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노랫말이다.
신동윤 대표를 비롯해 ‘로켓 덕후’ 5명이 2018년 창업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지구에서 우주로 향하는 수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주 모빌리티 기업이다. 현재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수송하기 위한 발사체 ‘블루웨일 1(Blue Whale 1)’과 함께 우주 탐사 및 위성 기동 등을 위한 우주 추진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페리지의 성과는 창업 2년 후인 2020년부터 나타났다. 심 부사장은 “2020년 메탄 엔진 연소시험에 성공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민간기업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액체로켓 시험 발사에도 성공했다”며 “현재 페리지의 3t급 액체 메탄 엔진 기술은 국가전략기술 및 핵심전략기술로 인정받았고, 최근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공위성연구소의 ‘우주물체 능동 제어 위성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제주에서 ‘우주의 꿈’을 엿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지만 근처 나라들과 지리상으로 가까운 데다 섬이 많아 로켓 발사에는 그다지 이상적인 조건을 갖고 있지 않다. 특히 발사체는 안전 반경 확보가 필수인데 육상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심 부사장은 “지리적 이점뿐만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에서도 다양한 지원을 아낌 없이 해줬다”며 “페리지의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제주 땅에서 발사체를 조립한 뒤 제주 바다에서 하늘로 쏘아 올리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 악몽 같았던 2024년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임직원들이 지난해 5월 생산 공장인 충북 옥천 ‘페리지 RDC’에서 준궤도 시험 발사체 블루웨일 0.4 기체와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하지만 지난해 10월 12일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상에 설치된 로켓 발사장에 있던 블루웨일 0.4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길에 휩싸였다. 당시 페리지는 블루웨일 0.4를 하늘로 쏘아 올리기 전에 최종 리허설을 진행하던 상황이었다. 이 화재로 인해 애써 만든 블루웨일 0.4가 폐기 처분됐다. 한 달 보름 뒤인 11월 27일에는 초속 30m 이상의 강풍이 불면서 해상 발사장마저 좌초되는 아픔까지 겪었다.
● “2025년은 우리의 해”
페리지의 올해 목표는 작년의 실패를 딛고 블루웨일 0.4를 준궤도(해발고도 80∼100km)까지 쏘아 올리는 것이다. 이미 발사체 각 부문(엔진, 구조, 비행 제어)의 검증은 마친 상황이다.
심 부사장은 “블루웨일 0.4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발사를 위해 다시 한 번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꼭 발사에 성공해 민간 기업이 국내에서도 상업 발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