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영암교회 유상진 담임목사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있다. 2023.10.29 대통령실 제공
“교회는 기도하러 온다면, 그 어떤 사람도 받는 곳이니까요.”
7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서 만난 유상진 담임목사는 ‘과거 윤석열 대통령의 교회 방문으로 난처한 일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영암교회는 윤 대통령이 초1 때부터 중1 때까지 다닌 곳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첫해인 2022년 성탄절 예배와 2023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예배를 이곳에서 드렸다. 이 때문에 정치 성향이 다른 신도들로부터 상당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유 목사는 대통령실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예배 요청이 왔을 때 “현장에서 예배를 드리는 게 옳은 것 아니냐”라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영암교회가 이태원 참사와 아무 관계가 없는 데다, 정치적 상황이 어떻든지 희생자 추도는 참사 현장에서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 유 목사는 “의견은 말했지만 ‘꼭 이곳에서 하고 싶다’고 해 방문을 거절하지는 않았다”라며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교회가 기도드리러 오는 사람을 거절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지러운 시국 탓에 교회 안에서도 세대 간, 이념 간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을 걱정했다.
유 목사는 “지금 우리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갈등을 겪는 원인은 내가 사랑하는 방식만이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며 “서로 다른 생각으로 불편하더라도 서로 가르는 것을 넘어 더 큰 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다면 지금의 어려움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