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연구소장 아내 “빨리 합의하면 5000만 원 더, 합의 종용” 유족 8명 “아직도 참담한 현실에 갇혀 살아” 법정 진술
사망자 23명이 발생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8.28/뉴스1
8일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대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 2차 공판에서 진술에 나선 ‘아리셀 참사’ 희생자 유족 8명은 하나같이 이처럼 토로했다.
아리셀 연구소장 고(故) 김병철 씨 아내 최현주 씨는 “제 남편은 회사 문제를 적극 제기하며 개선하려 노력했다”며 “동시에 (이 사건 당일) 외국인 근로자들을 누구보다 먼저 구조하려 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11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 참사 희생자 49재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지난 6월24일 발생한 아리셀 공장 화재로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 숨졌다. 2024.8.11/뉴스1
또다른 피해자 중 1명인 고 엄정정 씨 어머니 이순희 씨는 “제 애가 제 곁을 떠난지 벌써 199일째”라며 “지금도 꿈만 같고,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가슴이 먹먹하고, 심장이 터질 것 같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아울러 “(반면) 유족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위로, 사과 한마디 없이 돈 몇푼 쥐어주며 처벌불원서를 받으려 하고 있는 회사 측을 용서할 수 없다”며 “억울하게 죽은 딸 원한을 풀어주려 이렇게 힘들게 버티고 있다”고 힙겹게 말을 이어갔다.
이 씨는 그러면서 재판부를 향해 “죄를 감면하려 구속돼서도 가만히 안 있고, 고가 변호사를 내세우고 있는 박 대표 부자에게 30년, 50년형을 선고해 엄정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제발 빕니다”라며 재판부를 향해 무릎을 꿇고 머리도 숙였다.
이날 검찰은 오는 3월 24일 박 대표 부자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만큼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재판부에 ‘1주 2회’ 집중심리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자 박 대표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보장된 권리들이 폄훼돼선 안 된다”며 “2주에 1회 정도 심리하는 걸 소망한다”고 맞섰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최초 구속 기간은 2개월이다. 재판부가 2개월 단위로 2번에 걸쳐 갱신할 수 있으며, 최장 구속 기한은 6개월이다. 박 대표 등은 지난해 9월 24일 구속 기소된 바 있다.
결국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적절히 고려해 ‘1주 1회’ 심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재판부는 “신속한 재판도 중요하지만, 사안이 큰 만큼 심도 있게 심리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그 사유를 설명했다.
박 대표는 지난 6월 24일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리튬전지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다른 임직원 등 6명과 아리셀을 포함한 4개 법인도 각각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아리셀이 2020년 5월 사업 시작 후 매년 적자가 나자 매출 증대를 위해 불법 파견받은 비숙련 노동력을 투입해 무리한 생산을 감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