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추정 인물이 8일 오후 관저 경내에서 포착됐다. 오마이뉴스TV 캡처
이날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경찰특공대나 기동대를 동원해 체포를 진행하는 것은 반란, 내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사법 절차에 응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불필요한 대치와 충돌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尹, 차벽 살펴본 뒤 대응 지시 내렸나
윤석열 대통령 추정 인물이 8일 오후 관저 경내에서 포착됐다. 오마이뉴스TV 캡처
영상에는 검정색 차량에서 내린 또 다른 인사가 오르막길에서 윤 대통령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한 뒤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 후 공식적으로 대통령비서실이 보좌업무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대통령과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신변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경호처 관계자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영상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윤 대통령의 도주설을 제기한 지 약 3시간 만에 공개됐다. 대통령실은 민주당 주장에 “윤 대통령이 현재 관저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고, 대통령 대리인단을 맡고 있는 윤갑근 변호사(전 대구고검장)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어제 저녁 대통령을 관저에서 뵙고 나왔다”며 도주설을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영상 촬영을 한 매체에 대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 ‘도주설’에 지지층 결집 메시지 보낸 尹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을 두고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경호처의 동요를 막고 지지층에 결집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이 윤 대통령 도주설을 제기하면서 관저 앞에서 체포 영장 저지 시위를 벌이던 지지층이 동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보란듯 모습을 드러내 지지층에 건재함을 과시했다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1일 관저 앞 시위에 나선 강성 지지자들에게 “함께 끝까지 싸우자”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직무정지된 대통령에 대한 경호처의 과잉 경호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이날 동아일보 통화에서 “반쪽짜리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생명에 대한 위해를 가하는 경우 등에 한해 필요 최소한도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당당히 응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영장 발부가 잘못된 모양이라고 국민을 호도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부추기면서 대한민국을 무정부주의 상태로 끌고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호처와 공수처·경찰 간 충돌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는 데 대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오후 주요 현안 해법 회의를 주재하며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간곡히 말씀드린다.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들의 부상이나 정부기관 간 물리적 충돌이 절대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