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이 ‘맞춤 용역’ 의혹” 항공 시 복행 고려한 건물 높이… 서울항공청 의견보다 높게 제시 서울항공청, 6개월 후 입장 바꿔… “420m도 문제없다” 보고서 작성 “극성 민원에 안전 등한시” 지적
인천 송도국제도시 6·8공구에 건설될 예정인 103층(높이 420m) 랜드마크 타워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송도 103층(420m 이상) 랜드마크 타워 건설 추진 과정에서 이뤄진 ‘항공기 비행 안전성 용역’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서울지방항공청은 항공기 안전을 고려해 높이를 395m로 낮춰야 한다고 의견을 냈지만, 이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송도 일부 주민들의 민원 이후 420m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용역 보고서를 만들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후 항공기 안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개발 사업 때문에 안전 문제를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지방항공청은 103층 송도 랜드마크 타워 건립에 따른 항공기 비행 안전성 용역을 지난해부터 약 6개월 동안 실시해 최근 ‘비행 절차 변경’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비행 절차란 항공기가 각종 장애물로부터 안전을 확보해 관제 정보에 따라 계기비행을 할 수 있도록 설정한 기동 방식을 뜻한다. 103층 타워가 들어서는 6·8공구는 인천국제공항 인근 인천대교와 가까운 곳에 있다.
문제는 서울항공청이 인천국제공항 항공기 복행(Go-Around)에 따른 ‘실패 접근 상승 각도’를 기존 2.5%에서 3%로 올려 103층 타워 건설이 가능한지를 전문기관에 의뢰했다는 것이다. 제주항공 참사처럼 항공기가 조류 충돌 사고 등 예상치 못한 비상 상황에서 1차 착륙 시도에 실패한 후 복행하는 상황을 가정해 비행 절차 변경이 가능한지를 검토한 용역이다.
용역을 실시하기 전 서울항공청은 “실패 접근 상승 각도 2.5%를 적용해 랜드마크 타워 높이를 420m에서 25m 낮춘 395m로 건설해야 한다”는 확고한 의견을 인천경제청에 제시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민간사업자와 맺은 기본 협약과 일부 송도 주민의 ‘초고층 요구’ 민원에 떠밀려 서울항공청에 실패 접근 상승 각도를 3%로 상향 조정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실패 접근 상승 각도가 4%까지는 항공기 안전에 무리가 없고, 이 범위 안에 있는 3%로의 변경인 만큼 서울항공청이 수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이 초고층 빌딩이 송도 주민의 숙원 사업인 만큼, 계획 높이대로 지어져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인천경제청이 시민 안전은 뒤로한 채 민간 개발사업과 송도 일부 주민의 극성 민원을 의식해 ‘맞춤 용역’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외국 항공사 조종사로 재직하고 있는 송도 주민 김모 씨(47)는 “항공기 복행이 잠재적 위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표준 안전 절차인 만큼 초고층 빌딩 건립을 위해 항공기 비행 안전을 저해하는 개발행위는 없어야 한다”며 “시간당 80대의 항공기가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시대가 열린 만큼 항공기 안전에 더욱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중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국민의힘·미추홀구2)는 “항공기 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만큼 인천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랜드마크 타워 높이에 집착하기보다 어떤 콘텐츠와 테마를 갖출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항공청 관계자는 “1월 말까지 내부 검토 등 절차를 거쳐 이번 용역 결과 공문을 인천경제청에 보낼 예정”이라며 “이번 용역은 법과 규정에 따라 진행된 예비 설계 차원에서 검토 결과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공기의 공항 접근, 각도 및 고도, 재접근 경로를 비롯한 항공기 안전사고에 대비한 최종 결정은 103층 타워 건축 인허가권자인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의 몫”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