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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원전 시장, 민간 기업에 기회 있다[기고/정동욱]

입력 | 2025-01-08 22:54:00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세계 원전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은 작년 11월, 2035년까지 신규 원전 35GW(기가와트)를 증설하고 2050년 200GW의 원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형 원전인 ‘APR1400’ 약 140기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중국의 원전 증설 계획에 버금가며 유럽의 원전 증설을 압도한다. 2023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채택된 ‘원전 3배 확대’ 선언의 참여국도 그해 22개국에서 올해 31개국으로 늘었다.

인공지능(AI)으로 도약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원전 이용도 가시화되고 있다. 구글은 일찌감치 원전을 포함한 24시간 무탄소 에너지 이용을 선언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폐쇄한 원전까지도 다시 살려서 전기를 공급받고자 한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도 4GW의 신규 원전 전기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누가 이를 공급하느냐이다. 전망이 좋은 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자명하다. 러시아와 중국은 복병처럼 시장을 노리고 있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체코에서 맞붙었던 프랑스 전력공사, 미국 웨스팅하우스, 그리고 ‘팀코리아’는 계속 맞붙을 것이다. 우리는 두 번의 경쟁을 모두 이겼다. 이는 앞으로의 경쟁에서 우리에 대한 견제가 더욱 심해질 것을 뜻한다. 특히 웨스팅하우스는 더 거세게 팀코리아를 배제시키려 들 것이다.

원전은 기술 장벽이 높은 산업이다. 시장 전망이 좋아도 새로운 기업이 참여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택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기존 기업의 인수다. 특히 미국에 진출하려면 미국 기업을 인수해야 한다. 웨스팅하우스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미국에 진출함은 물론이고 팀코리아와의 분쟁도 해소할 수 있다. 웨스팅하우스 인수가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산업 기반 활용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 표준설계인증을 받은 APR1400을 현지에 건설할 수도 있다. 따라서 웨스팅하우스 인수에 국내 기업이 나선다면 우리 원전 산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원전 산업의 약점인 핵연료 공급을 보완할 수 있다.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없는 우리로서는 원전 수출에 있어 핵연료가 약한 고리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내 상당수 원전은 물론이고 동유럽 내 러시아 원전에도 핵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브룩필드 자산운용사가 소유주다. 기업 가치를 올려 시장에 되파는 자산운용사의 속성상 웨스팅하우스를 적절한 기회에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는 추측은 일리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우리에게 시비를 거는 것도 시장 지배력 확대로 기업 가치를 높여 매각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웨스팅하우스 인수에는 물론 리스크도 있다. 2006년 원전 시장의 청사진을 보고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일본의 도시바는 2017년 웨스팅하우스의 파산으로 큰 손해를 봤다. 미국 보글 원전 건설비의 증가, 그리고 원전 르네상스의 도래를 내다봤지만 2011년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산업이 침체에 빠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시바와 브룩필드의 사례를 보면 원전 산업의 경험보다 사업 진입의 타이밍과 경영 수완이 중요해 보인다.

웨스팅하우스 인수에는 정치에 영향받는 공기업보다 민간 기업이 적격이다. 물론 철저한 비즈니스 분석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도 민간이 낫다. 이미 민간 기업들은 부분적이나마 해외 소형모듈원전(SMR) 투자에 나서고 있다. 확대되는 원전 시장이 민간 기업에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