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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영장 존중해야”… 이런 상식까지 大法이 말로 해야 하는 나라

입력 | 2025-01-08 23:27:00

천대엽(왼쪽) 법원행정처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2025.01.07.뉴시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7일 국회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적법하게 절차를 따라 이뤄진 (영장)재판에 대해서는 일단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대통령경호처가 물리력으로 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것과 관련한 질의에는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모든 다툼이 해결돼야 한다”고 답했다. 체포영장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집행을 거부하는 윤 대통령과 경호처의 행태를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재판의 일종인 영장 심사를 거쳐 발부된 영장의 효력을 인정하고 따라야 한다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다.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으면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이의를 제기하고,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게 사법 시스템이다. 대법관이 겸직하는 법원행정처장에게 누구나 알 만한 원칙들을 묻고 확인받아야 한다는 건 그만큼 한국 사회의 법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을 법원이 발부하자 윤 대통령 변호인은 “수사 권한이 없는 기관에서 청구한 영장”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의 신청이 기각된 뒤에도 “영장이 적법하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 경호처는 “편법·위법 논란”이 있다며 체포를 막았다. 이런 식이라면 법 절차를 통한 문제 해결은 불가능해진다.

나아가 윤 대통령 측은 8일 “(불구속) 기소하거나 아니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재판에 응하겠다”고 했다. 먼저 피의자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하는 게 원칙이다. 공수처의 거듭된 출석 요구를 묵살했고 체포도 거부하는 윤 대통령을 어떻게 조사하라는 건가.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게 관할 위반이라는 주장도 반복하고 있지만, 이 역시 법원이 판단할 몫이다.

이는 영장 집행 차원을 넘어 법치의 훼손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법과 법원을 존중하지 않는 풍토가 확산되면 무법과 탈법이 횡행하는 사회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혼란스럽고 어지러울수록 ‘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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