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차 체포영장] ‘尹 죽마고우’ 이철우 교수 “상대방이 침대축구 구사한다고, 훌리건 동원해 경기 무효 만드나 당당하던 이미지 지금은 초라해져… 극우세력 수괴될 줄 몰랐다 한국 위해 보수세력 정신 차려야”
“(윤석열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수사에 응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58년 죽마고우로 불리는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수사기관이 법에 따라 집행을 하려고 하는데 (본인이) 자발적으로 수사에 응하면 체포가 왜 필요하겠냐”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강성 지지자들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데 대해선 “상대방이 파울을 하고 침대축구를 구사한다고 훌리건을 동원해 경기를 무효로 만들어도 괜찮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의 아들인 이 교수는 윤 대통령과 대광초교, 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으로 초등학교 시절 나란히 하교했고, 대학 시절엔 함께 MT를 갔던 친구다.
이 교수는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가 조성한 반일 정서에 발맞춰 강제징용 판결을 옹호하면서, 조심스러워 하는 나에게 눈을 부라렸던 윤석열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극우세력의 수괴가 될 것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썼다. 이날 인터뷰는 전화와 서면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 대통령의 그런 메시지가 먹히는 것에 위험을 느낀다. 정치적 목적이 옳다면 민주헌정의 규칙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구나 하는 생각이 두려움을 준다. 보수의 이념이 게임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인데 국민의힘 의원들을 보면 그런 철학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다. 상대방이 파울을 하고 침대축구를 구사한다고 해서 훌리건을 동원해 경기를 무효로 만들어도 괜찮다는 생각에 비견할 수 있는 것이다. 계엄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저쪽(민주당)에서 원인을 제공하고 반칙을 범하고 국정 마비가 왔으니까 계엄을 한다는 식이지 않았나.”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빠진 것이 계엄 사태를 촉발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윤 대통령이 폭넓게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소통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의 폭이 아주 좁아진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게 시야를 좁히도록 옆에서 부추긴 인간들이 있다. 지난해 12월 4일만 해도 홧김에 저랬나 보다 했는데, 그 후 나오는 증거들이 (비상계엄) 계획이 있었음을 말해 주고 있어서 당혹스럽게 생각했다.”
―윤 대통령이 “극우세력의 수괴가 될 것임은 생각하지 못했다”라면서도 “2021년 그의 언동에서 진영적 사고와 갈라치기, 그리고 폭력적 기운을 느꼈다”고 썼다.
“윤 대통령은 목전에 놓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이념과 정치 노선을 차용한다. 지난 20년간 그 변화의 경로를 보아 왔기 때문에 그가 ‘극우 확신범’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난 대선 당시) 출마 선언에서부터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미래 비전이나 국민 통합이 아니라 극렬한 문 정부 공격이 주를 이루었다. 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야 보수세력을 결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
“원래 윤 대통령이 보여준 이미지는 당당함이었는데, 지금 아주 초라하게 됐다. 그렇지만 늦었다고 생각될 때는 늦은 것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수사에 응하고 수사기관도 좀 예우를 갖춰 주고 그러면 서로 좋을 것이다. 지금은 너무 모양이 좋지 않다.”
―윤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라는 뜻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당시) 머리를 숙이면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대통령으로서 모습이 참 안쓰러웠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참 품위 있었다. 이처럼 시간이 지나가면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고 사람들의 마음이 누그러질 수 있는 것인데, (윤 대통령이) 지금 품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나중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하고 싶은 말은….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