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러라고 리조트 기자회견서 “나토 가입 반대 러 감정 이해” 취임 24시간내 종전 불가능도 시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사저 마러라고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멕시코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소유 의사를 언급한 덴마크령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도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팜비치=AP 뉴시스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휴전 조건으로 주장해 온 나토 가입에 반대할 뜻을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랫동안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선 안 된다고 말해 왔다. 이 같은 입장은 돌에 새겨진 것처럼 확고하다”며 러시아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한 책임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 있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그럼 러시아는 바로 문 앞에 누군가를 들이게 된다. (이때) 러시아가 느낄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후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나토에 가입할 수만 있다면 휴전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완강히 반대해 협상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노골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어준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 “재집권하면 취임 24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사실상 이 공약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시인했다. 그는 휴전 협상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며 “취임 6개월 안에 협상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협상과 무관하게 취임식 전에는 푸틴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다며 “취임식 전 회동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도네츠크주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군 또한 같은 날 요충지 쿠라호베를 점령했다고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이 보도했다. 쿠라호베는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병참 기지인 포크로우스크에서 남쪽으로 불과 32km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우리가 방어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을 파괴하고 있다”며 쿠라호베의 상당 부분이 파괴됐고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전력 열세를 시인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