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진출 59년 만에 대기록 UAE 원전-이라크 신도시 등 ‘잭폿’ 반도체-車 이어 세번째 수출 효자 현대건설-삼성물산 등 큰 기여
국내 건설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금액이 누적 1조 달러(약 1458조7000억 원)를 돌파했다. 1965년 최초 진출 이후 59년 만의 성과다. 수출·수주 분야에서 1조 달러를 넘게 벌어온 업종은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다. 해외 건설이 국가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하는 정도(13%)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아 ‘수출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 원전·신도시 등 ‘잭폿 수주’ 이어져
국토교통부는 9일 2024년 해외 건설 수주 금액이 371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54개 건설기업이 해외 101개국에서 605건을 수주한 결과다. 전년(333억 달러) 대비 11.4% 늘었고 2015년(461억4000만 달러)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았다. 누적 기준으로는 1조9억 달러다.
그간 해외 건설은 중동 및 아시아 지역에서 강세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금액이 누적 1775억5000만 달러(17.7%)로 가장 많았고 이어 UAE(844억7000만 달러·8.4%), 쿠웨이트(488억8000만 달러·4.9%), 싱가포르(481억7000만 달러·4.8%), 베트남(481억3000만 달러·4.8%) 순이었다.
최근 3년간 북미 유럽 등으로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 배터리 공장 등 새로운 사업 분야 진출에 나선 결과다. 2022년 이후 지난해까지 미국 수주액은 171억8000만 달러(16.9%)로 2위, 헝가리는 36억9000만 달러(3.6%)로 5위로 집계됐다. 두 국가 모두 국내 완성차, 배터리 업체가 현지에 공장을 짓기로 한 곳이다.
기업별로는 현대건설이 14.5%로 가장 비중이 컸다. 이어 △삼성물산(9.2%) △삼성E&A(9.0%) △현대엔지니어링(7.3%) △GS건설(7.1%) △대우건설(7.0%) △DL이앤씨(4.8%) △SK에코플랜트(4.7%) 순이었다.
● 적자 끝 수출 효자로 등극
하지만 2023년 기준 한국은 경상수지 대비 건설수지 비중이 13%로 세계 상위 20대 국가 중 가장 높은 국가로 거듭났다. 그만큼 해외 건설이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수지 비율도 0.25%로 20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중한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공사 단가 경쟁으로는 중국, 인도 등 다른 국가를 이기기 어려운 만큼 선진국형인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며 “국책기관인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직접 지분을 출자하는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