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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상’ 바람 불자… 대전-충남 대학도 ‘흔들’

입력 | 2025-01-10 03:00:00

10년 이상 동결로 재정난 가중
대학 내부서 인상 필요성 공감
내주 심의위원회서 논의 예정
“가파른 물가 상승에 인상 불가피… 등록금 현실화로 바라봐주길”




서울 주요 사립 대학의 등록금 인상 기류가 대전·충남권 대학까지 확산하고 있다. 지역 대학들은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동결 기조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대전·충남권 대학 등에 따르면 13일 이후부터 각 대학이 올해 등록금을 결정하기 위한 절차인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지역 대학들의 심의에 앞서 서강대와 국민대는 올해 등록금을 각각 4.85%, 4.97% 인상하기로 했고, 연세대와 고려대도 현재 등록금 인상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다수 수도권 대학이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학내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사립대학 협의체인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도 지난해 11월 151개 회원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90명 가운데 48명(53.3%)이 ‘2025학년도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전·충남권 대학 내부에서도 등록금 인상을 점치고 있다. 대전권 한 대학 관계자는 “10년 넘게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정말 이제는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교수, 교직원, 학생 대표,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등록금심의위원회 위원들도 기존엔 동결 기조가 강했다면, 다음 주 심의를 앞둔 현재는 등록금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대학은 2009년 이후 17년째 등록금을 동결해 왔다. 현행 고등교육법상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대학들은 국고 지원을 받기 위해 등록금 인상을 포기해 왔다. 교육부가 그동안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유형을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즉, 정부의 예산 지원이 대학의 등록금 동결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던 것이다.

10년이 넘도록 동결을 이어온 대학들은 이제는 ‘등록금 인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등록금 현실화’라는 표현을 써야 할 정도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충남권 대학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가파른 물가 상승에도 등록금을 10년 넘게 동결하면서 각종 사업을 줄이고 시설 투자나 교수 채용 등에도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재정적으로도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더 이득이다. 우려하듯이 무분별한 인상이 아닌 ‘등록금 현실화’로 바라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등록금을 동결하는 대신에 교내 장학금을 전년보다 10%까지 줄여도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유인책을 내놓았지만, 대학들의 인상 계획에 제동을 걸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