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값, 작년 이어 올해도 상승세 인플레 우려 등 안전자산 수요 여전 中 공급과잉 여파, 철광석은 하락세 ‘전기차 핵심소재’ 리튬도 부진 전망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 가는 가운데 주요 원자재 가격 움직임도 엇갈리고 있다. 안전자산인 금과 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격 상승세가 예상되는 반면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철광석, 리튬 등 산업용 원자재 가격은 침체가 점쳐지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은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 등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진 데다 금리 인하 기조에 따른 수요 증가에 힘입어 상승세를 탔다.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금과 은은 저금리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게 평가받는다. 게다가 중국과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수에 나서기도 했다.
반면 중국산 철강 공급 과잉의 여파로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29.8%나 하락했다. 이는 201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중국 내수 침체로 공급 과잉이 발생하자 중국업체들이 수출을 폭발적으로 늘린 영향이다. 쌓인 재고를 해외로 밀어낸 셈이다. 그 결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 t당 142.58달러였던 철광석은 올 1월 3일 t당 100.01달러에 거래됐다. 다만 철강이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중심에 있는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 공급 측면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로 활용돼 ‘하얀 석유’라고 불렸던 리튬 가격도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는데 올해도 반등의 계기가 불투명하다. KOMIS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지난해 연중 16.7% 하락했다. 지난해 1월 2일 kg당 86.5위안이었던 탄산리튬 가격은 3월 108.5위안까지 치솟았으나 하반기(7∼12월) 들어 하락하기 시작해 현재 kg당 72.0위안에 거래 중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의 영향으로 배터리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 보조금에 부정적인 입장인 만큼 앞으로도 리튬 수요 반등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줄어드는 수요와 달리 짐바브웨, 중국,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에서 리튬 생산을 늘리며 공급은 올해도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리튬 무기화’는 변수다. 중국은 글로벌 리튬 가공의 70%가량을 차지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첨단산업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리튬 등 희귀광물 규제를 확대하면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