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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가재, 어쩐지 안 보이더라니…

입력 | 2025-01-10 03:00:00

민물 동물 24% ‘멸종 위기’
2만3000종 이상 멸종 위험 평가… 게-가재-새우 등 십각류 1순위
환경 오염-댐-농업 등 영향… “2120년엔 3분의 1 사라질 것”



우드빌 카르스트 동굴가재(학명 Procambarus orcinus).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조사 결과 가재처럼 다리가 10개인 십각류는 멸종위기종 비율이 30%로 전 세계 담수(민물) 동물종 중 가장 높았다. Keith A. Crandall, C. Riley Nelson 제공


민물고기나 가재, 잠자리 등 담수(민물) 동물 넷 중 하나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연구팀은 2만3000종 이상의 담수 동물의 멸종 위험 평가를 진행해 약 24%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연구 결과는 8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됐다.

지구에 있는 물은 대부분 바다에 있다. 하천이나 호수, 지하수, 빙하 등에 있는 담수는 지구 표면의 1% 미만을 차지해 비중은 미미하지만 육지에 사는 생물들에게는 매우 소중하다. 생명 활동을 유지하려면 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담수는 전 세계 수십억 인구의 식수나 산업용수 등으로 쓰이며 단백질 섭취를 민물고기 사냥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있다.

담수는 알려진 모든 생물종의 10%, 척추동물의 3분의 1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수 생물의 종 다양성은 자연에서 영양분을 순환시키고 홍수를 조절하며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 등으로 담수 생물을 포함한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IUCN은 생물종의 멸종 위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멸종위기종 ‘적색 목록’을 만들고 멸종 위험 상태를 관리한다. 조류나 양서류, 포유류 평가는 20년 이상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최근 파충류에 대한 평가도 완료됐다. 하지만 담수 생태계를 이루는 동물종의 멸종 위험 평가는 부족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담수에 사는 2만3496종의 어류, 십각류, 잠자리, 연체동물 등을 조사해 멸종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십각류는 게, 가재, 새우처럼 다리가 10개인 갑각류를 말한다.

평가 결과 전체 조사 대상 종의 약 24%가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됐다. 분류군별로 보면 십각류의 멸종위기 종 비율이 30%로 가장 높았고 민물고기가 26%, 잠자리가 16%로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담수 동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원인도 분석했다. 조사 대상 종의 54%가 쓰레기 등 오염에 노출됐고, 39%는 댐과 물 추출, 37%는 농업을 위한 토지 사용이 위협 요소로 지목됐다. 28%는 침입종과 질병의 영향을 받았다.

지형별로 분류한 결과 담수 멸종위기 종의 71%가 강에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회동굴처럼 석회암이 지하수나 빗물에 녹아 만들어진 지형을 총칭하는 카르스트 지역에서는 기존 예측보다 많은 담수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IUCN이 담수에 사는 모든 동물종을 파악한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세계 담수 생물 다양성의 현황과 분포에 대한 그림을 크게 개선하긴 했지만 범위를 더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생물 다양성 분포가 생물학적·비생물학적 요인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질과 부영양화 등 비생물학적 요인에만 의존하는 생태계 보전 전략은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지구적인 생물종 손실을 막기 위해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며 “정기적인 국가 차원의 재평가를 통해 담수 동물의 적색 목록을 진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2021년 독일 기센대 연구팀은 6600만 년 전 공룡을 포함한 지구 생물 76%를 멸종시킨 5차 대멸종보다 빠른 속도로 담수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기센대 연구팀은 2120년경 민물 생물종의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