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발 돌연변이 위험성 판독 유방암과 밀접한 유전자 BRCA2… 기존 진단, 변이 영향 파악에 한계 크리스퍼 가위로 돌연변이 생성… 6959개 변이, 양성-병원성 분류 실제로 발병에 미치는 영향 예측… ‘알 수 없는 변이’ 불확실성 극복
의료진이 유방을 촬영한 의료 영상을 가리키는 모습. 최근 과학자들은 대표적 유방암 검사인 ‘브라카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BRCA2 유전자 돌연변이의 기능을 정밀하게 분류하는 데 성공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위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전자 ‘브라카(BRCA)’에 대한 검사가 더욱 정밀해진다. 실제로 질병을 유발하게 될지 판단이 어려웠던 유전자 돌연변이를 정확하게 분류하는 것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9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BRCA2 유전자의 기능적 이상을 분류하는 데 성공하고 이러한 분류를 가능케 한 유전자가위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 교정 기술을 소개한 논문 2편이 각각 게재됐다. 유전자가위는 문제가 생긴 특정 염기를 잘라내 유전자를 교정하는 기술을 뜻한다. 브라카 유전자 변이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류할 수 있게 되면서 암 발병 위험도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유명 ‘브라카’ 검사, 그간 정확도는 ‘글쎄’
하지만 그간 의료 현장에서 BRCA 검사를 받고도 정확한 암 발생 위험도를 판정받지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BRCA 유전자는 수천 개의 돌연변이가 발견됐지만 각각의 돌연변이가 실제로 어떤 유전자 기능 이상을 일으키는지는 그간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험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회색지대’에 놓인 유전자 돌연변이를 보유한 피검자들은 추후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한 검사 결과지를 들고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류할 수 있게 되면서 환자들은 이전보다 정확하게 암 발생 위험도를 알 수 있게 됐다.
● 발상 5년 만에 유전자가위로 변이 기능 분석
두 논문을 작성한 연구팀은 모두 크리스퍼 캐스-9 기술을 사용해 BRCA2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발하는 유전자 기능 이상을 분류했다. 돌연변이가 생긴 유전자는 단백질 생성에 문제를 일으킨다. 단백질 생성 기능에 문제가 생겨도 암을 유발하는 경우는 일부에 그친다.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 유방암, 난소암 위험과 밀접한 유전자 기능 이상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각 유전자 돌연변이가 세포의 생존이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해 점수를 매겼다. 이른바 ‘기능점수’를 토대로 각 돌연변이들을 생물학적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양성과 생물학적 기능을 손상시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성으로 분류했다. 또 다른 논문을 공개한 퍼거스 카우치 미국 메이오클리닉 실험의학·실험병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도 크리스퍼 캐스-9 기술을 사용해 돌연변이 6959개의 양성과 병원성 여부를 판별했다.
박경식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 교수는 “BRCA2 유전자 돌연변이는 그간 이를 분석하기 위한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에 발견된 수천 가지의 돌연변이가 ‘알 수 없는 중요한 변이(Variants of Unknown significance·VUS)’로 간주될 수밖에 없었다”며 “이 연구들에선 단순히 BRCA2 유전자에 발생한 돌연변이 유무를 평가하는 것에서 나아가 돌연변이가 가진 기능적 위험성을 평가하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각의 BRCA2 유전자 돌연변이가 가진 위험성을 명확히 분류할 수 있게 된 것은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유전자 교정 기술이 정교하게 발전했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박지수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BRCA2 유전자는 굉장히 섬세하기 때문에 돌연변이를 분석하기 위한 유전자 엔지니어링 기술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손상되기가 쉽다”며 “유전자 교정 기술로 돌연변이 기능을 평가하는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지 약 5년 만에 실제 기술이 개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통적인 유방암 검사법인 액체생검은 조기 유방암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BRCA 검사는 유전자 돌연변이의 영향이 모호했었는데 앞으로 환자들은 이전보다 정확하게 조기에 유방암 및 난소암 위험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