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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메이저 5개→4개로 줄고… 대회규모-총상금도 축소

입력 | 2025-01-10 03:00:00

[위기의 KLPGA투어… 해법은] 〈上〉 후원기업 구하기 ‘별따기’
경기악화-정국혼란에 대기업 이탈… 올해 한화클래식 등 5개대회 폐지
중견기업-지방銀 4곳 ‘대체 후원’… 후원기업 홍보 강화 등 대책 필요




상승세를 이어가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성장을 멈췄다. KLPGA투어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골프 붐을 타고 매년 대회와 상금 규모가 늘었다. 2023년 역대 최다인 32개 대회가 열렸고, 작년엔 역대 최다 총상금인 331억3457만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 악화와 불안정한 정세 속에 이번 시즌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메이저대회 ‘한화클래식’의 폐지다. 한화클래식을 대체할 메이저대회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올해는 4대 메이저대회 체제로 돌아간다.

1990년 한화컵 서울여자오픈이란 이름으로 창설된 한화클래식은 2017년부터 KLPGA투어 5번째 메이저대회로 승격됐다. 이 대회는 지난 시즌 총상금 17억 원으로 지난 시즌 열린 31개 대회 중 상금 규모가 가장 컸다. 골프계 관계자 A 씨는 “불경기가 이어지며 한화그룹이 지난해 말부터 임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비용도 20%가량 줄이면서 골프에서도 손을 떼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화큐셀 골프단은 지난해를 끝으로 해외 투어 선수에 대한 지원도 중단했다. KLPGA투어 관계자는 “메이저대회가 될 수 있는 내부 규정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모르겠지만 최소 이번 시즌에는 4대 메이저대회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시즌 KLPGA투어에서 열렸던 최소 5개 대회가 이번 시즌에는 열리지 않는다. 작년 시즌 개막을 알렸던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과 시즌 최종전 SK텔레콤·SK쉴더스 챔피언십도 포함되어 있다. 두 대회 모두 굴지의 대기업이 후원하던 대회들이다.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와 교촌 레이디스 오픈도 KLPGA투어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매년 대회와 상금 규모가 늘어나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이번 시즌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 시즌 갤러리로 가득 찬 대회장 모습. KLPGA투어 제공

KLPGA투어는 외연 확장을 위해 해외 대회 개최에도 적극적이었지만 싱가포르에서 열리던 대회가 사라지면서 해외 대회는 태국에서 치러지는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 하나만 남게 됐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B 씨는 “지난해 싱가포르 대회가 하필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싱가포르 공연과 시기가 맞물렸다”며 “이 때문에 호텔과 비행기 등 각종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 하나금융그룹 측에서 대회를 이어가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KLPGA투어는 투어를 떠나는 기업을 대체할 후원사 4곳을 찾았다. 하지만 대회 규모와 총상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떠나는 기업과 새로 후원하는 기업의 규모 차이 탓이다. KLPGA투어 관계자는 “대기업과 은행이 후원하던 대회가 사라지는 대신 중견기업과 지방 은행이 후원하는 대회가 신설될 예정”이라며 “대회 수는 지난해와 비슷하겠지만 기업의 규모가 다르다 보니 총상금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폐지가 확정된 5개 대회 중 4개가 총상금 10억 원 이상의 대회였다.

이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확연히 비교된다. 올해 75주년을 맞는 LPGA투어는 지난 시즌보다 2개 늘어난 33개 대회를 연다. 총상금 역시 역대 최다인 1억3100만 달러(약 1911억 원) 규모다.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KLPGA투어를 떠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직후 국내에서 골프가 인기를 끌며 기업들이 앞다퉈 KLPGA투어 후원에 나섰지만 기대한 만큼의 홍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번 시즌 대회 폐지를 확정한 한 기업 관계자는 “KLPGA투어 대회를 개최하려면 일주일간의 골프장 대관료와 대회 운영비, 상금 등을 더해 70억 원 수준의 비용이 투입된다”며 “쓰는 돈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그룹 내에서 지속적으로 있었다. KLPGA투어가 하루빨리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KLPGA투어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