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분열된 국가에서도 공통 기반을 찾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미국 NBC방송)
“정치적으로 분열된 워싱턴 정계에서 보기 드문 화합의 순간”(미국 CNN)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으로 불리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1977~1981년 재임)의 국장(國葬)이 미 동부 시간 9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10일 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수도 워싱턴의 국립대성당에서 열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 5명이 총출동해 고인을 추모했다. 5명 전현직 대통령이 모인 건 2018년 12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국장 이후 처음이다.
● 푸른 넥타이 맨 트럼프, ‘악연’ 오바마 옆 착석
나란히 앉은 트럼프 당선인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친근한 모습도 주목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케냐인 아버지와 미국인 백인 어머니를 뒀으며 하와이주에서 태어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혈통과 출생지를 문제삼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거짓 주장을 제기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의 중간 이름 ‘후세인’을 가지고도 공격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또한 수 차례 트럼프 당선인을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두 정상은 이날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눴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이야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영국 가디언은 이런 둘을 ‘특이한 조합(oddest pairings)’으로 평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집권 1기 부통령이었지만 2020년 대선 패배 후 결별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도 악수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0년 대선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앨 고어 전 부통령과도 악수했다. 당시 플로리다주의 개표 과정을 두고 연방대법원까지 개입한 끝에 부시 전 대통령이 이겼고, 대선에서도 최종 승리했다.
● 바이든 “권력 남용 맞서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모든 연방기관이 문을 닫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시장도 휴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 정부 출범 직전 폭풍전야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장례식에 대해 “정치적 긴장감 속에서도 엄숙한 휴식을 제공한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퇴임 후 인권 및 민주주의 강조, 기아 퇴치 등에 헌신해 ‘가장 존경받는 전 대통령’으로 불리는 카터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앞두고 워싱턴 정계의 극심한 정치적 반목 또한 일시적으로나마 멈췄다는 것이다.
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