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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추도사, ‘정적’ 포드 아들이 대독…당파 초월한 우정

입력 | 2025-01-10 16:21:00

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전현직 대통령 5명이 모두 참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앞줄 왼쪽부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부인 로라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둘째줄 왼쪽부터). 공화당 소속으로 공식석상에서 붉은 색 넥타이를 즐겨 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맸다. 미국 NBC방송 화면 캡처


AP 뉴시스

“정직과 진실함은 지미 카터와 동의어였습니다. 그의 유산은 시대를 초월해 남을 겁니다.”

9일(현지 시간) 치러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국장(國葬)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전임자, 한때 정적(政敵), 퇴임 후 절친한 친구였던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1913∼2006)이 생전 작성한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사가 등장했다.

이날 추모사를 대신 낭독한 사람은 포드 전 대통령의 아들 스티븐(69)이었다. 스티븐은 아버지의 타계 후 아버지를 돌보던 직원으로부터 아버지가 남긴 추모사를 건네 받았다고 밝혔다.

1977년 1월 지미 카터 당시 신임 미국 대통령(오른쪽)의 취임식에 참석한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사진 출처 포드재단 웹사이트

포드 전 대통령은 “카터와 나는 공유하는 가치가 있었기에 적수였을 때도, 친구가 됐을 때도 서로를 존경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천국에서의) 재회를 고대하고 있다. 할 얘기가 많다. 오랜 벗이여, 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라고 썼다. 스티븐은 이 부분을 읽으며 잠시 목이 메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1976년 대선에서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로 경쟁했던 두 사람은 당시 서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카터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선거 개혁 등 여러 공익활동을 함께 하며 ‘절친’이 됐다.

두 사람은 생전 상대를 위한 추도사를 준비하자고 약속했다. 이에 카터 전 대통령 역시 포드 전 대통령의 장례식 때 “우리를 묶어준 강렬한 우정은 우리가 누린 큰 축복”이라고 애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 여사 또한 2011년 포드 전 대통령의 부인 베티 여사의 장례식 때 추도사를 낭독했다.

당적이 다른 두 전직 대통령의 우정은 극심한 분열에 시달리는 미국 사회에서 당파를 초월한 관계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사람의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유대감은 미 대통령사에서 드문 것”이라며 “오늘날처럼 양극화된 미 정치환경에선 상상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