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전현직 대통령 5명이 모두 참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앞줄 왼쪽부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부인 로라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둘째줄 왼쪽부터). 공화당 소속으로 공식석상에서 붉은 색 넥타이를 즐겨 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맸다. 미국 NBC방송 화면 캡처
AP 뉴시스
9일(현지 시간) 치러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국장(國葬)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전임자, 한때 정적(政敵), 퇴임 후 절친한 친구였던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1913∼2006)이 생전 작성한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사가 등장했다.
이날 추모사를 대신 낭독한 사람은 포드 전 대통령의 아들 스티븐(69)이었다. 스티븐은 아버지의 타계 후 아버지를 돌보던 직원으로부터 아버지가 남긴 추모사를 건네 받았다고 밝혔다.
1977년 1월 지미 카터 당시 신임 미국 대통령(오른쪽)의 취임식에 참석한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사진 출처 포드재단 웹사이트
1976년 대선에서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로 경쟁했던 두 사람은 당시 서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카터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선거 개혁 등 여러 공익활동을 함께 하며 ‘절친’이 됐다.
두 사람은 생전 상대를 위한 추도사를 준비하자고 약속했다. 이에 카터 전 대통령 역시 포드 전 대통령의 장례식 때 “우리를 묶어준 강렬한 우정은 우리가 누린 큰 축복”이라고 애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 여사 또한 2011년 포드 전 대통령의 부인 베티 여사의 장례식 때 추도사를 낭독했다.
당적이 다른 두 전직 대통령의 우정은 극심한 분열에 시달리는 미국 사회에서 당파를 초월한 관계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사람의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유대감은 미 대통령사에서 드문 것”이라며 “오늘날처럼 양극화된 미 정치환경에선 상상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