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당근을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흔하디흔해 귀한 줄 모르는 이 뿌리채소가 제2형 당뇨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남부 대학교(SDU), 오덴세 대학교 병원, 코펜하겐 대학교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당근을 섭취하면 그 속에 함유된 화합물들이 혈당 조절을 촉진하고 장내 미생물 군집에 변화를 일으켜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제2형 당뇨병은 후천성이다.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아 발병하는 제1형 당뇨병(소아 당뇨병)과 달리 제2형 당뇨병은 몸이 인슐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혈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질환이다. 심장 질환, 신장 손상, 신경 문제, 시력 손실 등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약 90%가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 건강에 해로운 식단, 비만, 오래 앉아 생활하는 방식과 같은 요인으로 인해 발병한다.
2050년 전 세계 당뇨병 인구가 13억 명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미국 워싱턴 대학교)도 있어 효과적인 예방·관리·치료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과학 저널 임상과 중개 과학‘(Clinical and Translational Science)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생리활성 화합물이 풍부한 당근이 제2형 당뇨병 예방은 물론 기존 치료법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당근은 소화와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내 미생물 군집의 구성을 변화시킨다. 특히 단쇄지방산을 생성하는 박테리아의 번성을 이끌었다. 단쇄지방산은 장내 박테리아가 음식에서 식이섬유를 분해할 때 형성되며 에너지 대사와 혈당 수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의 핵심 성분인 GLP-1의 체내 분비를 촉진할 수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당근에는 세포가 당을 흡수하고 인슐린의 기능을 개선하며 염증에 영향을 미치는 등 당뇨병에 중요한 천연 생리화합 물질인 팔키라놀과 팔카린디올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연구자들은 당뇨병 환자가 기존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당근을 섭취하면 건강을 더욱 개선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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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당근의 이 같은 억제 효과를 확인한 것은 제2형 당뇨병에 걸린 쥐 54마를 대상으로 한 16주간의 실험을 통해서였다.
연구 기간이 끝날 무렵, 쥐에게 설탕을 먹이고 쥐의 신체 반응을 측정했다. 당근 분말을 먹인 쥐들이 그렇지 않은 쥐들보다 혈당 조절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당근 분말을 섭취한 쥐들의 장에는 유익한 단쇄지방산을 생성하는 박테리아가 더 많아 장 건강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은 소화와 건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십억 마리에 달하는 장내 미생물 군집의 구성을 변화시켰다. 당근을 섭취한 쥐들은 더 건강한 장내 세균 구성을 보였다”라고 제1저자인 모르텐 코베크 라르센 SDU 부교수가 말했다.
당근은 불포화 지방산에서 유래한 생리활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세포가 당을 흡수하는 능력을 향상시켜 혈당 조절과 전반적인 대사 건강에 도움을 준다. 당근을 날 것 그대로 먹거나 살짝 익혀 먹는 게 유익한 유기 화합물을 유지하는 데 가장 좋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파슬리, 셀러리, 파스닙(배추 뿌리같이 생긴 채소) 등의 채소에도 비슷한 화합물이 들어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