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지층 결집·본인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 차단 의도 해석도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1월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박 경호처장은 이날 경찰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 “경찰 소환 조사에는 처음부터 응하기로 마음먹었고, 다만 변호인단 준비가 다소 늦어져 오늘 응하게 됐다”며 “모든 내용을 소상히 밝히고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는 말했다. 박 처장은 1, 2차 소환 불응 당시 엄중한 시기여서 자리를 비울 수 없었고,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박 경호처장이 긴급체포 위험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경찰에 출석한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먼저 자신에 대한 체포·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경찰은 피의자가 3차례 소환 통보에 불응하면 체포·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한다. 경찰은 박 경호처장에 대해서도 3차 출석 요구 불응 시 강제수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윤 대통령 지지층을 결집시키거나, 윤 대통령 2차 체포 시도에 혼선을 주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경호처장은 이날 경찰 출석 여부와 시간을 사전에 언론에 알렸고, 실제 출석 전 취재진과 만나 미리 준비해온 듯 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현재와 같은 집행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발언이 TV,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 됐다. 이를 본 윤 대통령 지지층이 더 결집해 향후 2차 체포 때 한층 격렬하게 저항할 것을 의도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박 경호처장이 이날 경찰에 출석하면서 경찰이 사전에 검토하던 ‘윤 대통령 2차 체포 시나리오’도 실행이 불가능해졌다. 경찰은 박 경호처장이 3차 소환 통보에 불응할 경우 박 경호처장 등 경호처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과 윤 대통령 2차 체포를 동시에 집행하려는 작전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 경호처장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계속 협조하지 않을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수사 과정에서 말씀드리겠다”며 “(영장 적법 여부에) 이론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 조사는 오전 10시에 시작됐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