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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25.01.15.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피의자 조사를 전면 거부했다. 전날 조사에서 모든 진술을 거부한 데 이어 공수처의 조사 자체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불법·위법 수사’ 주장을 펼쳐온 윤 대통령 측이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고 여론전을 확대하기 위해 보이콧 작전을 들고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조사를 계속 거부할 경우 추가 조사 없이 바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이 체포적부심을 청구하면서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시점도 늦춰지게 됐다.
● “더 조사받을 게 없다”, 尹, 조사 거부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구인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고 보고 강제로 구인하진 않았다. 구속영장 발부로 구속수감된 피의자가 조사를 거부하면 강제 구인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지만, 체포된 피의자까지 강제 구인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강제 구인을 금지하는 규정도 없으니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진술 거부에 이어 조사 거부에 나선 것을 두고 “체포는 됐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지지층에게 발신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른바 ‘부당한 수사’에 맞서 구치소에 구금돼 있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부각해 지지 여론과 동정 여론을 함께 모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측은 15일 조사에서 공수처에 충분한 이야기를 한 만큼 더 이상 조사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11시 조사가 시작된 직후 이재승 공수처 차장검사와 마주 앉은 자리에서 “비상계엄은 대통령으로서 정당한 권한 행사”라는 취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밝힌 뒤 이어진 조사에선 이름, 주소 등을 묻는 질문조차 답을 하지 않으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한 발언은 그동안 대국민담화 등을 통해 밝힌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피의자 조서 열람과 날인도 하지 않았다.
● 공수처, 구속영장 직행카드 검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6일 2차 조사에 불응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구치소 조사’ 불응 시 강제 인치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청구한 체포적부심사 심문을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받는다. 이날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 앞에 포토라인이 설치 돼 있다. 2025.1.16/뉴스1
이 때문에 공수처는 윤 대통령 조사를 더 하지 않고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더라도 진술을 거부할 것이 명확한 상황이기 때문에 바로 영장실질심사로 직행해 법원 판단을 받아보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에는 응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공수처 내부적으로는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진술이 없어도 그동안 검찰과 경찰 등으로부터 넘겨받은 증거자료와 진술 등이 충분한 만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자신만 있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차라리 빠르게 구속영장 청구 단계로 나아가는게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르면 16일 밤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체포적부심이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면서 빨라야 17일에야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통상 (체포)적부심 절차가 진행되면 영장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윤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에도 불참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을 두고 ‘판사 쇼핑’을 했다며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