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진 교수 그림
지난 학기 일반물리학을 수강했던 1학년 학생 70명의 강의 평가가 도착했다. 성적표를 받아본 기분이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평가를 읽어 보는 시간은 귀중하다. 지나온 나를 다시 바라보는 순간이기도 하고 “흠” 하면서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강의를 떠나서 물리는 이해하기 어려운 과목임” 이런 평가를 읽을 땐 난감하다. 그 학생에겐 물리라는 과목이 앞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달리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다. “칠판의 판서가 읽기 어렵다” “진도가 빠르다” 이런 내용엔 반성과 함께 “다음 학기엔!” 하고 다짐을 한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고양이 이야기지만, 나는 지붕 밑 처마에 사는 길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새끼 고양이 때 빗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물과 사료를 주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물과 사료를 주면 동네 길고양이들이 다 몰려온다고 반대를 했지만 빗물을 마시고 있는 고양이를 보고 남의 일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동네 고양이들은 몰려오지도 않았다. 겨울 햇살이 따듯한 날 창가에 앉아 공부하고 있으면 창밖에 고양이가 나를 지키듯 창문턱에 앉아 졸고 있다. 태양의 따듯한 햇살에 눈을 지그시 감고. 난 이런 평화가 좋다.
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가 밝혀진 지는 100년도 채 안 됐다. 1929년 프리츠 후터만스와 로버트 앳킨슨의 연구가 핵융합 반응의 초기 개념을 제시했고, 이를 기초로 1938년 독일의 물리학자 한스 베테가 태양과 별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이론적으로 밝혀냈다. 한스 베테는 이 공로로 196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미래의 태양인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이 핵융합 기술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선정한 미래 10대 기술 중 하나다. 태양이 사라지기 전에 개발이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