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명단 확인해보니 내 생각과 많이 달랐다 지금도 왜 이런 분들을 구금-조사하려했는지 이해 안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22/뉴스1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이번 기회에 싹 다 정리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지시’가 있었음을 헌법재판소에서 인정했다.
홍 전 차장은 4일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 측 대리인이 윤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대화한 사실과 그 내용을 묻는 과정에서 이 같이 답했다.
국회 측 대리인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홍 전 차장에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12월 3일 오후 10시 53분 경 증인(홍 전 차장)에게 전화했냐”고 질문했고 홍 전 차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지는 국회 측 대리인 신문에서도 그는 “(싹 다 정리하라는 말을) 말 뜻 그대로 이해했다”며 “다만 대상자를 규정할 수 없어 누구를 잡아들여야 하는지까지는 몰랐다”고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한 사실도 인정했다.
다만 여 사령관과의 통화가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냐는 국회 측 대리인의 질문에는 “누구를 잡으라는 말이냐고 여쭤보지는 못 했다”고 답했다.
홍 전 차장은 체포 대상을 확인하지 못 한 상황에서 처음에는 국정원이 하지 못 한 간첩단 체포를 방첩사령부에서 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체포 명단을 확인하고 나서는 “제 생각과 많이 달랐고, 지금도 이런 분들을 왜 체포 구금해서 감금 조사하려 했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 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전 차장은 ‘조태용 국정원장에 정치인 체포 관련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 명확하게 부인했다.
그는 “다른 간부 직원에 대통령 지시를 전파하거나 체포 협조를 위해 임무를 지시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김병기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가 제 대담을 전달하며 ‘홍 차장이 혼자만 알고 있었다’는 내용을 근거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사실과 다르다”며 “정보위 면담 과정에서 원장에 보고했냐는 질문에 보고드렸다고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 전 차장은 “‘혼자만 알고 있었다’는 의미는 제 밑으로 어느 부서장이나 간부 등 특정 직원들을 데리고 팀을 꾸리거나 부분적 지시를 하지 않은 채 저만 알고 있었고 (부하 직원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첨언했다.
그는 “계엄군이 철수했지만 아직 상황이 안정화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향후 어떤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또한 방송을 통해 전 국민이 계엄 사태를 지켜본 상황에서 계엄이 없었던 것처럼 돌아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윤 대통령을 도와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전 차장은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에 사과하고 여러 심경을 ㅁ라했다면 국민들도 대통령을 이해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면서도 “이 같은 내용이 대통령에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