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차가운 기온과 건조한 공기는 인플루엔자(독감)를 비롯한 각종 호흡기 감염병의 전파를 용이하게 한다. 질병관리청의 표본감시 주간보고서에 따르면 2024∼2025년 겨울은 2016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같은 개인방역이 강화되면서 독감 유행이 억제됐던 만큼, 그동안 감염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많아져 이례적인 대유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독감 바이러스는 고열, 기침, 인후통, 근육통 등의 증상을 일으키고 심하면 폐렴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노년층, 어린이, 만성질환자는 합병증 위험이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독감은 A형과 B형이 모두 유행하며, 겨울철 초기 A형에 이어 2월 이후에는 B형이 유행하는 경우가 많아 잇달아 여러 번 감염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독감뿐만 아니라 영유아를 중심으로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와 ‘메타뉴모 바이러스(HMPV)’ 감염도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이 바이러스들은 기관지염이나 폐렴 같은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RSV는 영유아와 노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HMPV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영유아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는 폐렴, 세기관지염 등으로 악화될 위험이 있다.
첫째,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자. 비누를 사용해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손을 꼼꼼하게 씻고 특히 외출 후, 식사 전후, 화장실 이용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자주 만지는 물건의 표면을 소독하고, 실내 환기를 자주 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휴지나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사용한 휴지는 바로 쓰레기통에 버린다.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둘째, 예방접종을 잊지 말자. 독감 예방접종은 감염 예방뿐 아니라 증상 완화에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65세 이상, 만성질환자, 영유아, 임산부 등 독감 고위험군은 꼭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독감 유행 시기보다 2주 정도 앞서서 맞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지금이라도 접종한다면 B형 독감이나 늦겨울과 초봄까지 이어질 수 있는 독감 감염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다. 접종 후 항체가 생기기까지 약 2주가 걸리므로 아직 접종하지 않았다면 서둘러 접종하는 것이 좋다.
셋째,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자. 호흡기 감염병은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면 증상이 악화되거나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기침, 인후통, 콧물, 발열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특히 고열을 동반한 호흡 곤란이나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에 가야 한다. 의사의 진단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등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빨리 회복될 수 있고, 영유아의 경우 RSV나 HMPV 감염이 의심되면 빠른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겨울철 호흡기 감염병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다. 올바른 감염 관리 수칙을 지키고, 면역력을 높일 수 있도록 생활 습관을 유지해서 건강한 겨울을 보내자.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