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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오픈AI·딥시크 따라잡을 ‘AI 추격조’ 만들어 파격 지원해야”

입력 | 2025-02-06 16:44:00


중국발 ‘딥시크 쇼크’에 미중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거세지며 한국 AI업계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AI 정책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가운데 뒤늦게 정부가 업계 의견 수렴에 나서자 한국도 ‘국가대표 AI 추격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 초거대AI추진협의회가 6일 개최한 국내 AI 산업의 경쟁력 진단 민관 간담회에 참석한 김두현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오픈AI나 딥시크급으로 AI 기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추격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가 AI 컴퓨팅 센터 산하에 특수 임무 조직을 두고 제도에 묶이지 않고 파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딥시크에 이어 ‘큐원 2.5-맥스’ 모델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표한 중국 알리바바의 개발팀과 1년 6개월 전 만났을 때만 해도 그들과 기술적으로 대등하게 느꼈지만 앞으로는 잘 모르겠다”며 중국 AI굴기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학습 데이터와 인재를 확보하려면 기존 룰을 깨는 파격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 대표는 “올 연말까지 우리나라에서 10개 이상의 딥시크 같은 회사를 만들려면 추격조로 선정된 회사에 ‘한 3년 정도 국내 데이터를 모두 갖다 쓰라, 저작권은 나중에 계산하라’는 아주 파격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오픈AI, 엔스로픽 등 해외 빅테크를 이끄는 한국 출신 리더들을 파격적인 대우를 통해 데려와야 하는데 20억 원에 달하는 연봉 차이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인재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딥시크의 추론 모델 ‘R-1’과 비슷한 모델을 준비 중인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은 “조만간 딥시크 R-1 수준의 모델을 오픈 소스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모델은 딥시크 R-1이나 오픈AI의 o1처럼 사고 사슬(CoT) 기능을 통해 정확성 높은 답변을 얻을 수 있다. 벤치마크 결과에서 R1과 비슷한 성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o3 미니와 같은 수준을 만들려면 엔비디아 H200 2000장가량, 금액으로는 100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조 단위 투자를 하면서 여러 곳에 나눠먹기식으로 하기보단 우선 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AI업계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AI기본법의 시행령에 미중 AI 패권경쟁 격화와 트럼프 정부 들어 달라진 미국 AI 규제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정책 가운데 AI에 대한 안전 규제 폐기를 명령하면서 우리나라만 강한 규제를 통해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 생성형AI 기업 관계자는 “AI기본법 제정 당시 기준으로 삼았던 미국 AI안전규제 등 기준이 크게 바뀐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 역시 규제 강도와 내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맞다”며 “트럼프 시대를 준비하지 않으면 자칫 우리 기업들만 역차별을 당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