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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회계처리 논란을 다시 돌아본다[기고/최종학]

입력 | 2025-02-06 23:09:00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


2심 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이 내려졌던 작년, 필자는 정권 고위층 지시를 받고 이 사건을 이슈화 및 기소한 것으로 알려진 금융감독원과 검찰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었다. 2심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9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이 끝난 현 시점에 금감원과 검찰의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회계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다시 소개한다.

이 사건은 정치인과 참여연대가 “이재용 회장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 주가를 띄워 합병 비율을 조작하려고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바에서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했다. 분노할 만한 이야기지만 사실이 아니다. 논란이 된 회계 처리는 합병 수개월 후 벌어진 일이라 합병 전 제일모직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러므로 검찰은 금감원 조사 결과를 받아 이 회장을 기소할 때 이렇게 명확히 틀린 주장을 내세울 수 없었다. 그래서 ‘합병 비율을 사후 합리화하려고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기소 내용을 바꾸었다. 즉, 외부에 알려진 분식회계의 이유와 기소 내용이 다르다. 그럼에도 달라진 기소 내용을 외부에 숨겨, 판결이 내려진 지금도 일부 언론은 “합병 때 주가를 조작하려고 분식회계를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는 잘못된 내용을 전하고 있다.

공인회계사회는 이 회계 처리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참여연대가 이 건을 문제 삼았지만, 금감원도 조사 후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다가 2017년 정권이 바뀌자 금감원은 다시 조사하고 분식회계라고 의견을 바꿨다. 이런 식으로 금감원 및 검찰의 주장은 이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몇 번 바뀌었다. 틀렸다는 것이 드러나면 다른 이유를 댄 것이다. 심지어 서로 정반대의 이유를 대기도 했다. 분식회계라는 답을 미리 정해놓고 상황에 따라 논리를 끼워 맞춘 모습이다. 이러니 다수의 학자나 회계사들이 이 사건을 ‘금감원의 조작’이라고 부르며 “왜 정치가 회계까지 간섭하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던 것이다. 반발하는 전문가들을 회유하거나 겁박해 입을 막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1, 2심 판결을 보고 이 사건과 관련된 정치인, 시민단체, 검찰은 물론이고 전문가 집단을 무분별하게 공격한 이들도 반성하기 바란다. 그중에서도 특히 회계 문제를 담당하는 금감원은 교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분식회계라고 금감원이 발표하자 주가가 폭락하고 거래가 정지돼 주주가 입은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아무리 당국에서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을 외쳐도, 이런 일이 발생하니 투자자의 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금감원의 감리와 감리 결과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 절차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요즘 삼성전자가 어렵다 보니 직원, 주주뿐 아니라 협력업체나 지역사회도 고통받고 있다. 삼성이 납부하는 법인세가 줄어 정부 재정도 구멍이 났다. 이를 보면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검찰 기소부터 무려 5년이 걸린 긴 재판이 끝났으니 삼성 수뇌부는 이제 본연의 업무인 경영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삼성전자를 하루빨리 예전 모습으로 돌리고 그 혜택을 사회에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 사건을 일으킨 소수 정치인이나 관련자들이 아닌 국민 대다수의 바람일 것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