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중 글로벌 인공지능(AI) 업계에 ‘스푸트니크 쇼크’를 던졌던 중국산 AI ‘딥시크(DeepSeek)-R1’의 충격파가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군대, 금융업계 등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딥시크의 진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챗GPT의 20분의 1이란 저렴한 개발 비용이 사실인지 궁금해하고, 신기해하는 단계는 지났다. 그보다 중국이 똑똑한 AI를 손에 쥐었을 때 다른 나라 국방, 금융 시스템에 닥칠 ‘실존적 위협’을 걱정하는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국방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경찰청 등은 안보·외교·산업 기밀 유출 우려를 이유로 인터넷으로 외부에 연결된 PC의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다.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과 한국은행, 시중은행, 증권사들도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금지령을 내렸다. 앞서 대만, 일본 정부는 공공부문 근로자의 사용을 금지했고, 미국 일부 주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딥시크 금지령 확산에는 기업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중국적 현실이 작용한다. 중국의 ‘데이터보안법’은 정부가 필요로 할 경우 기업이 이용자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다른 나라 국민의 개인정보도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플랫폼 기업들처럼 사용자 취향에 따라 맞춤형 광고를 보내는 데 정보를 쓰는 것과 차원이 다른 위험이다.
▷벌써 120만 명이 넘는 한국인이 딥시크 AI를 쓴다. 약 500만 명이 이용하는 챗GPT에 이어 2위다. 개인 월 구독료가 20달러인 챗GPT와 추론 등에서 성능이 비슷한데 공짜로 쓸 수 있다는 게 사용자 급증의 이유다. 숏폼 콘텐츠를 앞세워 전 세계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높은 SNS로 자리 잡은 중국계 ‘틱톡’의 약진이 재현될 것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국민의 정보 유출 불안감을 고려해 정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딥시크 중국 본사에 개인정보의 수집·보관 방식을 공식 질의했지만 1주일째 답이 없다고 한다. 설사 딥시크 측이 ‘안심해도 좋다’고 답하더라도 몇 푼 안 되는 가격에 내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가 중국에서 손쉽게 거래된다는 걸 잘 아는 한국인들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긴 어려울 것 같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